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 해킹업체 ‘해킹팀(Hacking Team)’의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해 활용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연일 드러나면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천주교 인권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한 국정원의 사이버사찰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그간 휴대폰 감청을 위해 통신사마다 감청설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곳은 국정원이지만, 이 기관은 과거에도 휴대폰은 감청이 안 된다고 국민을 속였지만 도청장비를 직접 개발해 사용했던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늘 열리는 국회 정보위원회뿐 아니라 후속 조치를 통해 국민들 앞에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사용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 사용을 시인했지만 대북ㆍ해외 정보전 차원이었다는 변명을 덧붙였다”며 “하지만 선거와 국내정치 개입 혐의를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이 문제의 시기라 국정원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을 당시(2012년 1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체제 하에서 심리전단 독립 부서로 만드는 등 사이버 대응활동을 부쩍 강화했다는 이유에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호중 천주교 인권위원회 상임이사는 “해당 프로그램은 단순한 감청 프로그램이 아니라 통신기기의 전원만 켜져 있으면 내장된 정보를 가져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현행법상 어떤 법률에 의해서도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삼성에서 만드는 휴대폰이 출시될 때마다 업그레이드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볼 때 국민을 불법 도ㆍ감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진상이 파악되면 실정법 위반으로 국정원 관련자들을 고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