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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스포일러와의 전쟁

입력
2015.07.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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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서바이벌 프로 많아지면서 출연자·심사위원·방청객 관리대상

'유출땐 제작비 배상' 각서 받고 촬영, 가짜 큐시트 흘려 출연진 속이기도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MBC ‘무한도전’에 출연하는 연예인의 한 스태프는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최근 진행된 가요제 녹화장에 발도 못 붙였다. 경호원이 입장을 통제한 탓이다. 이 스태프는 “제작진이 가요제 내용이 밖으로 새는 걸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경호원을 배치해 출연자 스태프까지 출입을 통제했다”며 “촬영팀 등 극히 소수 제작진만 들어가 촬영을 했다. 워낙 관심이 큰 프로젝트라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건 알지만 서운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철통보안은 뚫렸다. 유재석과 박진영이 짝을 이뤘다는 정보가 방송 하루 전에 유출, 기사화되자 제작진엔 비상이 걸렸다.

방송가가 ‘스포일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당락 결과가 프로그램의 클라이맥스가 되는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더 치열해지고 있다.

제작진의 출연자 입 단속은 비장할 정도다. 현재 방송 중인 Mnet ‘쇼미더머니4’와 올리브채널 ‘한식대첩3’을 비롯해 오는 8월 방송을 앞둔 ‘슈퍼스타K7’제작진은 참가자에게 ‘방송 내용을 유출할 때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다. 방송의 핵심인 경쟁 결과가 유출되면 방송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쇼미더미더4’예선전 결과를 블로그 등에 올린 8명의 참가자는 합격 여부와 상관 없이 모두 탈락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결과를 함부로 유출했다간 10억원을 물어주게 될 수도 있다. 온스타일 ‘프로젝트런웨이코리아’ 제작진은 출연자 및 심사위원에 ‘프로그램 내용을 유출했을 때 프로그램 총 제작비 10억원을 배상한다’는 각서에 서명을 한 뒤 촬영을 시작했다. 이에 비하면 “‘무한도전’ 작가로부터 식스맨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전화를 35번 받았다”고 한 방송인 유병재의 하소연은 스포일러 단속의 ‘애교 버전’인 셈이다. ‘한식대첩3’를 연출하는 현돈 PD는 “매주 나오는 탈락자도 관리 대상”이라며 “방송이 끝날 때까지 전화해 스포일러 유출에 대한 당부를 하고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스포일러가 돌고 있는지, 누가 인터넷에 촬영현장을 올리지 않았는지를 찾아보는 게 일과”라고 말했다.

연예인이라고 해도 스포일러 앞에선 ‘국물’도 없다. 경쟁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또 다른 관계자는 “A 가수가 팬클럽에 경쟁 결과를 알리고 이 내용이 유출돼 제작진이 엄청 속앓이를 했다”며 “제작진이 A 가수에 대한 언론홍보를 한동안 접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방청객도 ‘스포일러 특급 관리 대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녹화현장 사진을 올려 출연 가수의 정체나 결과가 유출되면 녹화 자체를 다시 할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프로그램에서 방청객 스포일러가 속출하자, 제작진의 경계 수준도 높아졌다. 2~3년 전 녹화장에 ‘스포일러를 유출하면 (제작진이)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경고 영상(‘나는 가수다’)을 반복적으로 틀어 주의를 주던 방식에서, 최근엔 손해배상을 거는 프로그램까지 생겨났다. MBC ‘복면가왕’이 대표적이다. 방청객은 녹화장에 입장할 때 복면을 벗은 연예인 정체 등을 외부에 알리면 한 회 제작비를 보상해야 한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복면가왕’을 연출하는 민철기 PD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함정’도 판다. KBS2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감수성’ 코너 녹화 당일 게스트 출연란에 ‘이병헌’이라고 쓰인 가짜 큐시트를 유출하기도 했다. “게스트가 녹화 전 이미 알려져 게스트 등장 때 방청객의 놀라는 호응이 적어지자 제작진이 짜낸 고육지책”이라고 한 개그맨은 말했다. 촬영 환경에도 변화가 왔다.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방송 하루 이틀 전에 특정 부분을 돌발 촬영해 방송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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