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을 맡는 이들마다 어렵다고 다섯 달 만에 두 손 들고 떠나는 통에, 이러다 영영 못하는 거 아닌가 싶었죠. 이렇게 20여 년 만에 책을 내놓으니 이제야 짐을 내려놓은 것 같습니다.”
14일 원택 스님(백련문화재단 이사장)은 불교 고전 ‘명추회요(冥樞會要)’ 첫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명추회요’는 마음공부의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선어록 ‘종경록’ 100권의 핵심을 3권으로 집약한 책이다. 스님들의 ‘마음 타령’에 불평하는 이들에게 중국 당 말기의 한 선사(영명연수)가 마음에 관한 모든 질문을 듣고 하나씩 답하고 논증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1993년 성철 스님이 열반에 들기 수 개월 전 중국 불경, 어록 등 10대 저서 번역(선림고경총서 1집)을 마친 뒤, 다음 작업으로 추천한 것을 계기로 번역이 추진돼 왔다.
성철 스님의 상좌였던 원택 스님은 “처음에는 다음 번역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여쭸더니 ‘그렇게 분주를 떨었는데 더하기는 뭘 더해! 고마해라’하시던 큰 스님이 종경록 이야기를 듣고는 ‘그건 어려우니 명추회요라도 옮겨 내놓으면 후학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하셨다”고 회고했다.
번역을 맡은 스님들이 줄줄이 포기했고 여러 사람 손을 타던 원고는 10년 넘게 묻혀있기도 했지만, 중국에서 관련 연구서가 출간되고 한국고전번역원 등에서 공부한 선암 스님, 대진 스님 등이 나서면서 20년 만에 작업이 완성됐다.
원택 스님은 “꼬박 5번 도전 만의 출간”이라며 “불교에서 마음을 중시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마음을 집요하게 파고든 이 책을 통해 사건으로만 시끄러운 종단에 학풍을 되살리는데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해제를 쓴 박인석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제목을 훑어보며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을 찾아 읽는 방법을 추천한다”며 “불교 유교 도교에서 모두 으뜸으로 삼는 것은 ‘자신을 돌이키는 것’이라는 대목 등이 대중들에게도 공감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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