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승부로 후반기도 안개 속
“격차가 안 날 거라고 했죠?.”
류중일 삼성 감독의 예언이 딱 들어 맞았다. 프로야구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싸움에 포연이 자욱하다. 류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올해 순위싸움은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각 팀의 전력이 비슷하다는 평가였다.
전반기가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 류 감독의 예상대로 올해 순위싸움은 예측불허다. 13일 현재 1위 삼성의 뒤를 공동 2위 NC와 두산이 1경기 차로 잇고 있다. 넥센은 2위에 2경기 차 밀린 4위를 지키는 중이고, 그 뒤를 1.5경기 차로 5위 한화가 따라 붙어 있다. 6위 SK도 한화에 1.5경기 차로 추격 중이다. 선두 삼성과 SK의 승차는 불과 6경기이다. 보통 전반기가 끝나면 상위권과 중위권, 하위권이 구분되던 이전 시즌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류 감독은 “격차가 안 날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강팀도 약팀도 없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승점 자판기’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던 kt의 급성장도 치열한 순위싸움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5월까지 10승42패 승률 0.192로 고전했던 kt는 6월 이후 성적만 놓고 보면 17승14패 승률 0.548로 5위에 해당한다. 삼성도 지난 10~11일 kt에 2연패를 당하며 발목이 잡혔다. 류 감독은 “kt가 시즌 초반과 다르다. 팀이 안정됐다. 전력도 완전히 갖춰졌다”고 말했다.
시즌 중반 이후 두드러진 한화의 강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화는 5월까지 1위 NC에 5경기 뒤진 7위를 달리며 26승25패 승률 0.510을 기록했지만 6월 이후 성적은 17승13패 승률 0.567로 1위에 올라 있다.
그야말로 대혼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팀은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다. 후반기 판세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올라갈 팀도, 내려갈 팀도 구분 짓기 힘들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아직 (각 팀들의 순위가) 안정적이지 않다. 우리도 마찬가지다”고 몸을 낮췄다. 전력 역시 마찬가지다. 염 감독은 “삼성을 제외하곤 각 팀들이 모두 변수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촘촘하게 짜여 있는 순위표에서 한 번 밀려나기 시작하면 그 사이를 뚫고 들어오기는 더 어려워진다. 변수를 최소화하는 팀이 결국 살아남게 돼 있다. 염 감독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조그마한 것 하나로 팀이 망가질 수 있다”며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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