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날선 비판
“아베 총리는 본인이 헌법해석을 바꾸는 위대한 사람으로 역사에 남고 싶다는 생각이겠지만 어리석은 일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74·宮崎駿) 감독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야자키 감독은 13일 도쿄 도내 본인의 스튜디오에서 외국특파원협회 소속 기자들과 회견을 갖고 현재 아베 정권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안보법제 추진에 대해 “원래 그 정도 수준의 사람들”이라며 “자신들의 수가 많다고 생각하고 위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보법 제·개정안이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법안 통과를 서두르고 있는 아베 총리에 대한 질문에 그는 “아베 정부가 하는 정책과 정반대의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군사력으로 중국의 팽창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우리들이 평화헌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헌법이 강요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일본의 평화헌법이 1928년 국제연맹을 만든 부전(不戰) 조약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으로 역사적으로 고립된 것이거나, 점령군에 의해 강요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가 내달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와 관련해서는 “침략에 대한 깊은 반성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침략을 반성하는데 정치적 고려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그는 과거 전쟁의 역사에서 일본이 무엇을 배웠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은 하면 안 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본 젊은 층의 우경화에 대해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면 바뀔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지난 5월 오키나와(沖繩)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 기지를 현내 헤노코 (邊野古) 연안으로 이전하는 정부 방안에 반대하는 ‘헤노코 기금’의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오키나와 현민의 절반 이상이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로 이전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며 “많은 오키나와 현민이 기지를 철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헤노코에 기지를 새로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 (타국의 공격에 쉽게 노출되는) 표적을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며 모든 일본인이 미군 기지 부담을 함께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야자키 감독은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마지막 장편 ‘바람이 분다’에 이르기까지 비폭력과 생명을 중시하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2013년 9월 체력 등을 이유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며 은퇴를 선언했지만, 현재 ‘모충(毛?)’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어 은퇴 전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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