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야수 쪽에서 큰 부상이 나오지 않아서."
김태형 두산 감독이 밝힌 전반기 선전의 이유다. 두산은 주축 투수들의 줄부상으로 숱한 위기를 경험했지만 야수들의 놀라운 집중력에 선발진의 호투가 더해지며 상위권에서 올스타 휴식기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그 중 9번 김재호의 공수 활약이 눈부셨다. 김태형 감독도 "야수 한 명 한 명이 모두 잘 했다. 그런데 (김)재호가 이렇게까지 잘 해줄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며 "고참으로서 후배들도 잘 이끌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호는 14일 현재 타율 3할3푼8리에 31타점 39득점을 기록 중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팀 내 야수 중 타율 1위이며 10개 구단 9번 타자 중 단연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금의 페이스라면 2013년 기록한 한 시즌 개인 최고 타율 3할1푼5리, 지난해 만든 최다 타점 54개 등을 모두 갈아치울 것이 유력하다.
전매특허인 수비는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이다. 실책이 10개로 작년(11개)과 엇비슷한 수치이지만, 원 바운드로 던진 송구를 1루수가 몇 차례 놓치며 기록원이 그에게 실책을 줄 수밖에 없던 경우가 2~3번은 된다.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김재호가 선보이는 수비는 허경민, 최주환 등 후배들이 감탄할 정도다.
김재호는 지난 10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팀이 6-2로 앞선 7회 호수비로 탄성을 자아냈다. 1사 후 상대 손아섭이 친 중전 안타성 타구를 재빠르게 낚아 챈 그는 몸을 한 바퀴 돌리면서 정확히 1루로 던져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한 야구인은 김재호에 대해 "공을 갖고 노는 듯한 느낌이다. 빠르게 던졌다가, 느리게도 던졌다가 1루수가 잡기 편한 위치로 송구를 한다"고 했는데, 이날 나온 장면이 그랬다.
김재호는 올 시즌을 마치면 웨딩마치를 울린다. 지금의 기세를 이어가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낸다면 자신과 예비 신부에게 더 없이 좋은 결혼 선물을 주는 것일 테다. 그렇다면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도 눈앞에 다가온다. 올 시즌 공수에서 김재호보다 빼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유격수는 지금까지 없다.
사진=두산 김재호.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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