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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어든] 한국엔 ‘거만한 이승우’가 더 필요하다

입력
2015.07.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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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승우에 대한 뉴스가 꽤 많이 나오고 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바르셀로나 B팀으로 올라간 영국 소년이 있었다면 영국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왔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바르셀로나에 그러한 영국 소년은 없다)

영국은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을 육성해내는 일에 그리 능숙하지 못하다. 재능 있는 아이들 자체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의 잠재력은 있는데 이를 개발하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언젠가는 이러한 영국 축구의 현실도 바뀔 것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영국이 매우 잘하는 일도 있는데, 거만하다고 여겨지거나 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인물의 기를 죽이는 행동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탁월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나는 아마 최고는 아닌가 봐’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에 매우 능숙하다는 말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그러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듯하다. 내가 바라본 한국은 언제나 국제적으로 성공하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한 성공에 무척 즐거워하는 특징을 보였기에 더 이상하게 보인다 (영국에는 국제적인 성과가 나와도 억울해하거나 분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승우는 매우 잘 해내고 있다. 바르셀로나 B팀으로의 승격이 아직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승격에 관한 인터뷰를 한 것이 좀 건방졌는지도 모르지만, 그의 바르셀로나 B팀 합류는 여전히 현실적인 이야기이고 환영 받아야 할 미래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에 4년이나 있었지만 이제 17세에 불과하다. 조금만 더 가면 퍼스트 팀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승우 자신도 목표를 매우 높이 잡고 있는 소년이다. 규모가 작은 클럽 소속이었다면 지금 당장 1군 멤버가 될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올해 초 경기에서 나온 교체 후 행동 때문에 그를 거만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승우가 진짜 거만한 선수라면 나는 그것도 괜찮다고 본다. 한국에는 그러한 유형의 선수가 좀 더 있어야 한다. 박지성과 같은 겸손하고 조용한 선수로 가득한 팀이 나와야 할 필요는 없다.

어린 선수들을 유럽에 보내면 그곳의 문화와 태도를 배우고 익히는 게 당연하다. 이승우는 스페인에서 축구 선수로 성장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유소년 지도자들을 만나며 가르침을 받았다. 그가 스페인에서 배운 문화와 기질은 전형적인 한국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것도 있을 텐데, 나는 그러한 다양성이 한국을 더 나은 팀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이 겸손하고 정직한 팀이라는 사실은 긍정적이지만, 때로는 거만한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하고 승리를 위해 영악한 트릭을 쓸 때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행동을 하는 선수의 기를 죽이고 의욕을 꺾는 일은 불필요하다. 지난 월드컵에서 알제리가 한국을 어떻게 격파했는지 되돌아보자. 알제리의 거침없는 공격성이 나타났지만, 그들의 경기력은 매우 견고하게 컨트롤 되고 있었다.

한국 축구는 좀 더 영리해야 져야 하는데, 특히 ‘길거리 싸움’과 같은 실전의 전술과 영악함을 더 익힐 필요가 있다. 이승우는 유럽에서 치열하게 생존하며 그와 같은 요소를 자신의 주머니에 담고 있는 선수다. 그가 한국에 돌아와 사람들 앞에서 경기를 뛸 때 그의 모습이 괴상하고 거만하게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요즘의 축구는 국제적인 경쟁이기에 국제무대에서 이길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선수는 소중한 자원으로 여겨야 한다.

이승우는 유럽의 문화와 노하우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져오고 있다. 이때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모습뿐 아니라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들도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래에는 아주 어린 선수들이 유럽에 나가 유럽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더 잦아질 것이다. 우리는 이승우가 박지성이나 이영표와는 달리 소년의 나이에 유럽에 나갔음을 고려해야 한다. 그 또래의 청소년들은 현지 문화에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밖에 없다.

박지성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그렇게 점잖은 모습으로 많은 업적을 이룬 것도 물론 멋진 일이다. 우리는 박지성에 관한 그 어떤 부정적인 이야기나 소문도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다르고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다.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성격과 특징을 가진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융합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승우는 자신감에 넘치는 선수이고 보기에 따라서는 거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승우가 그러한 성격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일본전에서 그토록 엄청난 골을 터뜨릴 수 있었을까? 그렇게 강한 자신감이 이승우라는 선수의 본질이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때 우리가 이승우를 이해해주는 격려하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

이승우가 세군다리그에서 잘하려면 더 커다란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스페인 2부리그는 터프한 리그로 소문이 나 있다. 개인적으로는 첼시, 맨유, 혹은 블랙번 같은 빅클럽들이 B팀을 하부리그에 출전시키는 방향을 지지하지 않는다. 건설적인 정책이 아니라고 믿지만 이 문제는 다른 기사에서 또 언급하는 게 나을 듯하다. 어쨌거나, 소규모 클럽에서 뛰는 터프한 수비수들이 바르셀로나의 유망주를 만나 어떻게 나올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다.

이승우의 자신감이 거만함의 경계까지 이른다고 해도 괜찮다. 축구 역사에 남은 최고의 선수들의 대부분은 엄청난 자신감과 거만함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마라도나는 너무 뛰어난 나머지 그라운드에서 거만한 플레이를 했고, 요한 크루이프 같은 선수는 역사상 가장 거만한 캐릭터라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승우가 거만하게 보인다? 난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싶다. 한국 축구에 이러한 인물이 더 나와야 한다.

축구칼럼니스트/ 번역: 조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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