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매식할 때가 많다. 주로 점심시간을 피해 동네 어귀 허름한 백반 집 같은 데를 이용한다. 혼자 앉아있기 민망해서 찌개 따위를 후루룩 마시다시피 하고 나오는 게 속 편할 것 같기도 한데, 막상 상을 받으면 그렇지도 않다. 괜히 식당 주인이 나만 바라보는 것 같고, 그래서 외려 여럿이 있을 때보다 더 예의와 격식을 의식하게 된다. 밥알을 흘리거나 씹는 소리가 나지 않을까 조심하게 되고, 반찬 그릇도 보기 좋게 각을 잡아 가지런히 놓게 된다. 밥과 반찬도 애써 안 남기려 하는데, 신기한 건 그렇게 먹는 음식이 집에서 아무렇게나 때울 때보다 더 소화가 잘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식당 주인의 면면을 천천히 관찰한다. 허름한 백반 집의 경우, 대개 아주머니가 요리를 하고 남편으로 보이는, 직장에서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듯한 아저씨가 서빙을 한다. 소위 대한민국 백반 집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정도. 내 멋대로 단정하는 추측일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 밥술을 뜨다 보면 의외로 차분하고 겸허해지는 느낌이다. 가난한 이웃집에 일 보러 들렀다가 밥까지 얻어먹는 기분이랄까. 다른 사람의 삶 속에 잠깐 들어왔다가 나도 약간 다른 사람이 되어 배 두드리며 나간다는 사실이 때로 이렇듯 오묘하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면 어찌 내가 나를 돌이켜 예의 바르게 살필 수 있을까 싶어지는 까닭일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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