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발생과 이동을 통제한다면 …. 중동지방을 곡창지대로 바뀌고, 브라질을 사막으로 만들 수 있다. 현재 경제에서 날씨 변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40% 남짓이지만, 날씨 변화를 통제할 수 있다면, 그 통제력을 가진 사람이 모든 것을 갖게 된다.
기후 통제 …. 누구나 권력을 원하지만 …. 도를 넘는, 지나치게 강력한 권력은 파멸을 부를 뿐이다.
기후 통제와 같은 권력을 가진다면, 악마로 낙인찍히고,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
이드가 초인적인 능력으로 기후 거래소를 세운다고 해도, 당장 손해 보는 국가와 조직은 거부하고, 투쟁할 것이다.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 정치가들은 모두 겁쟁이들이야."
이드는 자신만만했다. 그는 기후거래소가 세상을 더 풍요롭고, 자유롭게 해줄 거로 믿는다. 그가 덧붙였다.
"자연이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부분을 인간이 대신해주는 거지."
자연을 길들여야 하는 가축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귀족다운 마인드였다. 그들이 그런 마인드를 갖게 된 이유는, 오만해서가 아니라, 역사를 통찰했기 때문이다. 인류의 번영은 자연을 개척하고, 개발하며, 소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역사는 말한다. 인간이 인간을 소유할 때, 제국이 번영했고 …. 인간이 자연을 소유할 때, 문명이 번창했다고 …. 진실은 항상 잔인한 법이다.
생존하려 한다면 …. 살아서 존재하고자 한다면, 진실 앞에서 눈 감아서는 안 된다.
고대 문명에서 통하던, 경제 규칙에는 …. '봄에 빌린 곡식이나 가축은 가을에 두 배로 갚아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자로 따지자면, 100%에 해당하는 거래 내용이지만, 봄에 곡식을 심어서, 가을에 추수하면 충분히 갚을 수 있고, 빌린 가축이 새끼를 나서 잘 키우면, 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경제 규칙이라는 건 …. 자연적인 관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돈의 어원은 가축을 뜻하는 라틴어 'pecus'에서 시작하고, 이자는 수메르어의 송아지 'mas'와 이집트 'ms'에서 비롯된다. 고대에는 담보물로 땅과 집 그리고 아내와 자식을 내 걸었다. 고대의 경제 법칙이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탓할 필요는 없다. 지금도 돈을 빌리는 것은 인생을 내건 것과 같다. 이유야 어쨌든, 자신의 삶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셈이다.
가축과 곡물 그리고 가족 …. 인간은 자연을 거래해왔다. 이제 이드는 그 자연을 창조하려 한다. 그것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말씀드린다면 ….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은 후에 …. 르네상스가 시작되었죠. 새로운 시대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입니다. 기후거래소가 자리를 잡으려면 ….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 얼마나 큰 공포가 세상을 놀라게 해야 할지 …. 그것이 궁금할 뿐입니다."
"좋아! 말이 통하는군. 이제 자네가 할 일을 알았겠지?"
이드는 턱을 낮추고, 수면 위에 떠 있는 벌레를 쳐다보는 물고기처럼, 날 노려보았다.
"아메스의 역할을 원하십니까?"
"기후거래소는 위대한 과업이 될 거야. 믿을 수 있는 아메스가 많을수록 좋지."
아메스는 기원전 이집트 수학자로 '정확한 계산, 모든 것의 해답.'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드가 나에게 원하는 것은 …. '정확한 계산'이었다 …. 기후거래소가 성공할 수 있는 전략 시나리오.
"자료가 필요합니다."
"문제 없네."
"…. 한 달 전부터 데이미언을 만나려고 했는데, 만나기 어렵더군요."
데이미언은 이드의 아들이었다.
"좋은 질문이야. 자네에게 맡긴 일은 본래, 데이미언이 해야 할 일이었지. 하지만 녀석은 너무 나약했어. 비밀을 누설하려고 했지. 이번 일은 모든 것이 완벽한 보안 속에서 이뤄져야 하네. 이해하겠나?"
순간 깨달았다. 나는 내 영혼을 담보로 이 판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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