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위임 호소 광고까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여부가 결정되는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이 소액주주들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찬성 쪽으로 기울면서 합병 3대 변수로 꼽혔던 국민연금과 외국계 투자자, 개인투자자 가운데 이제 남은 것은 소액주주인 개인투자자뿐이다.
13일 삼성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면 대 면 설득과 신문 광고, 인터넷 배너 광고 등을 총동원해 소액주주들의 합병 찬성 위임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모든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우편물을 보낸 데 이어 삼성물산 직원들이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주총이 열리는 17일 오전9시까지 찬성 위임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설득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날 국내 일간지 1면에 의결권 위임을 호소하는 광고를 일제히 게재했고,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단 한 주라도 위임해 달라”는 내용의 배너 광고를 시작했다. 이날까지 가입자수가 3,600여명에 이르는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카페 게시판에는 “삼성물산 상무, 부장, 차장 등이 집으로 찾아와 위임장에 동의해달라고 권유했다”, “집에 찾아온 직원을 돌려보냈더니 10분만 만나달라는 전화가 계속 온다”는 글들이 속속 게재되고 있다.
삼성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하면서 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KCC와 국민연금을 포함해 삼성이 확보한 우호지분은 30.99%이다. 하지만 합병을 하려면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주총 참석률을 80%로 가정할 경우 22.3%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국민연금 외 다른 국내기관들이 모두 찬성 표를 던져도 외국인과 소액주주 지분 중 11.25%를 추가해야 한다.
반면 합병 반대 진영의 지분은 엘리엇(7.12%)과 메이슨(2.2%), 일성신약(2.05%), 네덜란드연기금(0.35%) 등을 모두 합칠 경우 약 12%다. 엘리엇, 메이슨, 네덜란드연기금을 뺀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23.86%여서 이들이 모두 반대하면 합병은 무산된다. 이런 우려에 대해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동의하는 외국 투자자들도 있다”며 “국민연금이 찬성한다면 합병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과 엘리엇의 법정 공방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민사40부(부장 이태종) 심리로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 및 결의금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엘리엇 측은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삼성물산 측은 합병비율 산정은 현행 법을 따랐기 때문에 분쟁의 여지가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17일 전까지 항고심 결론을 낼 예정이다.
또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박찬호)는 14일 오후2시 엘리엇의 대리인 ‘리앤머로우’ 경영진 2명에게 검찰 출석을 통보했다. 엘리엇은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2명을 삼성물산 주총 의결권 대리행사 위임장 용지와 참고서류에 대리인으로 허위 기재 및 공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제가 된 부분의 자문 역할을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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