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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풍납동, 백제왕성이 아니라는 주장의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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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풍납동, 백제왕성이 아니라는 주장의 진짜 이유

입력
2015.07.1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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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서울 풍납토성 ‘백제왕성’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풍납동 사적지 및 환경대책위원회’의 한영진 위원장은 “이번 심포지엄으로 풍납토성을 둘러싼 그간의 논란을 마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박순발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는 풍납토성이 왕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학계 주류의 연구결과를 총정리했고 소장파인 이희진 역사문제연구소장은 이에 반대해 ▦왕성이라 하기엔 규모가 작고 궁이 들어설 공간이 없으며 ▦궁궐의 초석이라 할 만한 큰 유구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풍납토성은 왕성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두 사람이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토론은 종료됐습니다. 현재로서는 풍납토성이 위례성이라는 증거도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가 없었던 탓입니다. 백제의 첫 수도인 위례성의 위치는 일연이 ‘삼국유사’에서 직산(현재 충남 천안시 직산읍)으로 추측한 이래 광주 춘궁리(현재 경기 하남시 춘궁동)와 몽촌토성 등이 후보로 올랐지만, 1997년 이후 풍납토성 발굴 과정에서 백제 유물이 쏟아져 나오며 위례성을 풍납토성으로 보는 관점이 주류 학설이 됐습니다. 그러나 1997년은 이미 풍납토성 성곽 개발이 이뤄진 뒤였고 발굴작업을 다시 처음부터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재 발굴된 영역은 풍납토성 전체의 8%에 불과합니다.

풍납토성이 왕성이 아닐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은 사실상 이 지역에 사는 현대인들의 경제적 이해가 걸려 있습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인상적인 것도 방청객의 구성이었습니다. 대부분 풍납동 주민입니다. 주민들은 이 소장의 발언 하나하나에 열렬히 박수를 보냈습니다. 장내발언 기회를 얻자 “접시나 기왓장에 대해선 모르지만, 홍수가 잦은 곳에 도성이 들어설 수 없다는 (이 소장의) 말을 듣고 풍납토성은 왕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모든 논쟁이 끝난 것처럼 기뻐했습니다.

알고 보니 애초에 이 행사를 주최한 단체가 사적지 지정 반대 소송을 준비하는 풍납동 주민단체였습니다. 이들은 풍납토성이 백제 왕성이 아니라면 개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로 이런 행사를 마련한 것입니다.

그러나 풍납토성이 백제 왕성이 아니라는 이 소장의 주장이 타당하다 해도, 왕성이 아닌 백제유적이면 개발해도 된다는 것일까요? 풍납토성 내부는 여전히 다량의 백제 유물이 나온 유적이고, 성벽의 규모는 아파트 5층 높이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만으로도 풍납토성의 보존 및 발굴가치는 명백합니다. 제대로 된 발굴과 연구 없이 풍납토성은 한성백제의 수도인지 여부를 토론으로 결정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를 지역 개발의 근거로 사용하려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입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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