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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실크로드 바이칼에 '선녀와 나무꾼' 같은 전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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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실크로드 바이칼에 '선녀와 나무꾼' 같은 전설이…

입력
2015.07.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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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시원지 바이칼에 가 보니

원주민 얼굴에서 고려인 모습 겹쳐

우리와 유사한 전설ㆍ신화 많아

"고향마을처럼 푸근하게 느껴져"

러시아 알혼섬에서 바라 본 바이칼호. 세계의 민물창고답게 맑고 깨끗한 물과 망망대해같은 수평선이 인상적이다.
러시아 알혼섬에서 바라 본 바이칼호. 세계의 민물창고답게 맑고 깨끗한 물과 망망대해같은 수평선이 인상적이다.

“고려인입니까?” “….”

지난 4일 오후 2시쯤 러시아 바이칼호의 알혼섬. ‘우아직’이라고 불리는 8인승 승합차 운전기사에게 통성명 겸 한마디 건넸으나 그는 말이 없었다. 빤히 쳐다보는 그의 생김새는 우리와 판박이였지만 고려인 3세는 아니었다. 그는 북방 몽골로이드계인 부랴트족의 40대 남성이었다.

‘샤먼의 호수’라는 뜻의 러시아 바이칼에서는 한반도 출신이면 누구나 이역만리 타국의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는 주술에 걸린다. 이 호수 주위로 부랴트족이 40만명이나 살기 때문이다. 그들의 얼굴에서 먼 옛날 한반도로 넘어온 선조들을 떠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민족의 시원지(始原地)인 바이칼이 고향 마을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바이칼의 27개 섬 중 가장 큰 알혼섬의 주민 1,600여 명 중에서 부랴트족은 절반인 800여 명이나 됐다. 섬 곳곳에는 오색천을 매단 나무들이 시골마을 서낭당의 신목과 오버랩됐다. 알혼은 샤마니즘의 성소였다.

아스팔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는 전기도 2009년에 깔렸다. 섬의 남쪽 선착장에서 40분 정도 흙길을 달려 도착한 후지르 마을은 우리네 1960년대와 흡사했다. 통나무집 사이 골목에는 코뚜레도 없는 소와 들개만한 개들이 어슬렁거렸고 밤이 깊어도 가로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차량으로 다시 1시간30분 정도 거리에는 알혼의 최북단 하보이곶이 있었다. 이곳에는 성페테르부르그 출신의 남녀 한 쌍이 도보로 섬을 일주하고 있었고, 이르쿠츠크에서 왔다는 20대 한 쌍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알혼을 답사 중이었다.

100m는 족히 됨직한 절벽에서 내려다본 바이칼은 도대체 호수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고(2,500만년 전 생성) 가장 깊다. 시베리아의 진주라고도 불린다. 길이 636㎞, 둘레 2,000㎞, 폭 25∼79.5㎞, 평균 깊이 758m인 바이칼에서 하보이곶 주변의 수심이 1,637m로 가장 깊었다. 전세계 민물의 5분의 1이 이곳 바이칼에 담겨 있다.

한 여행자가 알혼섬의 최북단 하보이곶의 신목과 돌탑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한 여행자가 알혼섬의 최북단 하보이곶의 신목과 돌탑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바이칼에는 우리와 흡사한 전설과 신화도 있었다. 부랴트족에 따르면 바이칼을 왕래하던 상인들이 알혼섬 근처에서 제물로 물에 빠트린 처녀가 금빛 비늘을 가진 물고기로 환생, 신들의 세계에서 살게 됐다. 알혼섬은 심청전의 인당수인 셈이었다.

또 태초에 3형제 중 한 명이 바이칼 호수에서 인간으로 변한 백조의 옷을 감춘 후 결혼까지 하게 됐다. ‘한 번만 옷을 입게 해달라’는 간청을 들어줬더니 백조로 변해 날아가버렸다는 이야기는 부랴트판 ‘선녀와 나무꾼’이었다.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이곳에서도 우리처럼 어릴 적 이름도 개똥이, 소똥이처럼 천하게 불러 장수를 기원했다고 한다.

이르쿠츠크 국립대에서 경제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강수진(25)씨는 “여행을 왔다가 바이칼의 자연에 반해 현지에서 대학원을 다니게 됐다”며 “한국인들은 알혼섬에서 고향의 푸근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와 코레일, 경북도는 14일 한반도를 출발, 19박 20일동안 중국 베이징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독일 베를린까지 1만4,400㎞의 ‘유라시아 친선특급’ 대장정에 나선다.

바이칼(러시아)=글ㆍ사진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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