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ㆍ정치인 사면 제한 빗장풀기
대상자 따라 논란 불거질수도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이례적으로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사면 대상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가발전’, ‘국민대통합’을 사면의 명분으로 언급하면서 기업인ㆍ정치인이 대상자로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재벌 총수와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사면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대선공약 파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대기업 지배주주ㆍ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구체적 실천 과제도 ‘경제민주화’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를 통해 총수일가의 불법 및 사익편취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담았고, 유권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도 원칙을 고수했다. 2013년 1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설 특사를 강행하자 “국민 정서에 반하는 비리 사범과 부정ㆍ부패자에 대한 특사 감행을 우려한다”며 “이는 대통령 권한남용이며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특사에는 이 대통령 측근 인사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전 세종나모 회장을 비롯해 박희태 전 국회의장, 서청원 현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정치인ㆍ기업인 다수가 대상자로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인 올해까지 딱 한 차례 사면권을 행사했을 정도로 공약 이행에 충실했다. 지난해 1월 설을 맞아 서민생계형 사범 5,900여명을 사면한 게 전부다. 공직자와 정치인, 주요 기업인은 제외됐다. 박 대통령은 당시 사면을 앞두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한다”고 분명히 했다.
‘사면권 엄격 제한’ 원칙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읽힌 건 지난해 말부터다. 여권에서 기업인 가석방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 상황을 들어“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이 필요하다”고 청와대에 건의하는 등 군불을 때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거들고 나섰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존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면서도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도 안되겠지만, 기업인이라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면권 행사 원칙을 완화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입장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난 4월 ‘성완종 리스트’관련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며 성완종 전 회장의 사면을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질타한 만큼 원칙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실제 사면 대상자에 누가 포함되느냐에 따라 대선공약 파기 논란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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