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해도 하청노동자가 40~50% 덜 받고
일하는 시간은 점점 더 늘어나… "원ㆍ하청 이중구조 개선 시급"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1차 하청회사에서 7년째 근무 중인 최모(44)씨는 평일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오후 5시부터 1시간 추가근무)에 퇴근한다. 주말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 그의 월급은 200만~210만원. 원청 정규직 노동자의 40~50% 수준이다. 주말 초과근무를 다 하더라도 급여는 270만원 안팎으로 원청 노동자와의 차이가 크다. 최씨는 “하는 일은 원청에 고용된 사람과 똑같은데 월급은 그보다 훨씬 적으니 일할 맛이 안 난다”면서 “‘동일 노동ㆍ동일 임금’이란 당연한 요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하청노동자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청 단계가 늘어날수록 임금 등 근로조건이 열악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선 원청업체의 초과이윤 중 일부를 하청업체 근로조건 개선에 활용하는 등 원ㆍ하청 상생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시장 원ㆍ하청 구조의 실태와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과급을 포함한 하청업체의 평균 급여는 원청의 51.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안 선임연구위원이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2013년)와 기계ㆍ자동차ㆍ조선ㆍ건설ㆍ유통 등 14개 업종 원청 노동자 3만8,945명, 하청 노동자 3만4,865명을 분석해 내놓은 ‘원ㆍ하청 구조와 근로조건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정액급여ㆍ초과급여ㆍ성과급을 합한 1차 하청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91만1,000원으로, 원청 노동자 평균 급여(559만7,000원)의 52%에 그쳤다. 2차 하청 노동자는 279만1,000원, 3차 이상 하청노동자의 월급은 236만원으로 각각 원청의 49.9%, 42.2%에 불과했다.
총 근로시간은 원청 177시간, 1차 하청 174시간, 2차 하청 181시간, 3차 하청 이상 181시간으로 나타났다. 하청 단계가 늘어날수록 원청 노동자보다 급여는 적어지고, 일하는 시간을 늘어난 셈이다. 때문에 시간당 임금도 원청 3만836원→1차 하청 1만6,615원→2차 하청 1만5,752원→3차 하청 1만2,962원으로 줄어들었다.
상여금ㆍ퇴직금을 받는 비율에서도 원ㆍ하청은 크게 차이 났다. 원청은 97.2%가 상여금을, 98.4%가 퇴직금을 수령했으나 협력업체에선 상여금과 퇴직금을 받는 비율이 각각 68.9%, 86.9%에 그쳤다. 원청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전체 노동자 평균(10.4%)을 크게 웃도는 39.2%로 나타났으나 협력업체의 노조 가입률은 1차 하청 7.7%, 2차 하청 4.1%, 3차 하청은 2.8%에 불과해 노조의 보호를 받는 비율도 낮았다.
안 선임연구위원은 “원ㆍ하청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원청기업의 초과이윤 중 33%를 협력업체에 지원해 이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쓰는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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