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류' 진원지 US여자오픈
1998년 박세리 '맨발투혼' 첫 우승
2011년 이후 5년 연속 코리아 잔치
올 시즌 LPGA 한국인 10승 합작
전인지(21ㆍ하이트진로)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5 US여자오픈이 ‘골프 한류’의 진원지로 새삼 조명 받고 있다.
전인지는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파70ㆍ6,289야드)에서 열린 제70회 US여자오픈 골프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에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6타의 성적을 냈다. 합계 8언더파 272타를 적어낸 전인지는 양희영(7언더파 273타)을 1타 차로 제치고 첫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메이저대회 가운데서도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US여자오픈은 최근 유독 한국여자골퍼들이 강세를 이어왔다. 전인지의 이번 우승은 한국인으론 7번째 정상등극이자, 통산 8번(박인비 2번)째다. 재미동포 미셸 위(26)까지 포함하면 9회 우승이다. 특히 2011년 유소연 이후 5년 연속 한국(계)이 우승컵을 쓸어 담았다.
선구자는 박세리(37ㆍ하나금융그룹)다. 박세리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US여자오픈에 출전해 ‘맨발투혼’을 불사르며 한국인 최초로 대회 정상에 올랐다. 당시 박세리는 해저드에 빠진 공을 살리기 위해 양말을 벗고 호수에 들어가 샷을 날리는 의지를 보인 끝에 기어이 우승컵을 손에 넣는 저력을 보였다. 이 장면은 환란에 빠져 시름을 젖어있던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줬다. 2005년에는 김주연(33)이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대회 최종라운드 18번 홀(파4)서 세컨드샷을 그린 주변 벙커에 빠뜨렸지만, 공을 극적으로 퍼 올리며 우승을 확정했다. 2008년부터는 한국여자골프가 US여자오픈에서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박인비(27ㆍIB월드와이드)는 그 해 19세11개월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9년에는 지은희(29ㆍ한화)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그는 최종라운드에서 1타 차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한국여자골프는 2010년 폴라 크리머(미국)에게 잠시 정상의 자리를 내줬지만 이후 다시 대회를 지배했다. 유소연(25ㆍ하나금융그룹)은 2011년 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서희경(28ㆍ하이트진로)을 제치고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2012년에는 최나연(27ㆍSK텔레콤)이 완벽한 퍼팅감각을 뽐내며 우승했고, 이듬해에는 박인비가 통산 두 번째 대회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미셸 위가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전인지는 우승 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직 머릿 속이 하얗다. 즐겁게 경기하려고 한 게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시즌 LPGA 17개 대회에서 전인지의 우승으로 한국인 우승은 두자리수(10회)로 늘어났다.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8ㆍ2승)와 호주 동포 이민지(19ㆍ1승)를 포함하면 13승째다. 역대 한국인 LPGA 최다승 기록은 2006년과 2009년의 11승이다.
한편 박인비는 스테이시 루이스(30ㆍ미국)와 함께 공동 3위(5언더파 275타)로 경기를 마쳤다. 유소연은 합계 3언더파 277타를 적어내 공동 5위에 랭크됐다. 디펜딩 챔피언 미셸 위는 합계 2언더파 278타로 11위에, 리디아 고(18)는 1언더파 279타로 공동 12위에 자리했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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