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한기주(28)는 두 가지 ‘신기록’을 갖고 있다. 하나는 2006년 KIA에 1차 지명된 뒤 받은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 10억원이고, 또 하나는 국내 투수 공인 최고 구속(158㎞)이다.
입단 동기인 류현진(LA 다저스)보다 더 화제를 모았고, 더 기대가 됐던 ‘괴물 신인’으로 프로야구에 첫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한기주는 손가락과 팔꿈치, 어깨 등 무려 5차례 수술을 받으며 그라운드에서 사라졌고, 팬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져 갔다. 지난 12일 비로 취소된 인천 SK전에 앞서 3년 만에 1군 무대를 밟은 한기주는 “기나긴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런데 한기주의 복귀전을 지켜볼 팬들은 다소 실망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불 같은 강속구였다. 광주동성고 시절부터 평균 시속 150㎞대 초반의 공을 뿌렸던 한기주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현재 평균 시속은 141~142㎞에 불과하다. 한기주는 “2군에서 최고 구속은 146㎞였지만 평균 140㎞대 초반이었다. 구속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술 여파다. 보통 어깨 수술을 한 선수들이 겪는 증상으로 어느 정도 회복은 가능하지만 과거의 파이어볼러로는 돌아가기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기주에게 필요한 건 ‘스피드를 내려 놓는 일’이다. 비슷한 어깨 수술 후 LG에서 방출됐던 박명환(NC)의 복귀를 도운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2군 경기에서 140㎞대 초반이 나왔다면 야간 경기에서는 3,4㎞ 정도는 더 나올 것”이라면서도 “과거의 스피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현실을 직시하는 게 한기주에겐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한기주가 롤 모델로 삼아야 할 선수는 팀 선배인 서재응이나 최영필이다. 불혹의 나이에 핵심 투수로 활약 중인 최영필은 130~140㎞의 스피드에도 현란한 투구 로케이션으로 상대 타자를 농락한다. 서재응은 특히 한기주처럼 젊은 시절 강속구를 장착해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했던 투수다. 나이가 들면서 힘이 떨어지자 공 ‘한 개’ 차이로 스트라이크존을 갖고 노는 경지에 이르렀다.
최원호 위원은 “그렇다고 제구력에만 신경을 쓰면 밸런스가 더 흔들릴 수 있다”면서 “로케이션과 패턴 변화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환희기자 hhus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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