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전세훈(그림·오른쪽)과 전인호(글)가 한국스포츠경제에 연재에 앞서 만화 '손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호형 기자 leemario@sporbiz.co.kr
십여년 전 뜬금없이 손금성형이 반짝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성형외과 의사가 손금을 메스로 긋고 꿰매어서 새로운 '손금'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요즘엔 사람의 얼굴을 자유자재로 바꿔주는 성형외과 의사를 '의느님'이라고 칭송하지만, 이미 십여년 전부터 손금분야에까지 그 능력을 발휘했다.
당시 '인위적으로 바꾸는 손금이 절대로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내용의 주제로 얘기하던 만화 '손금'(그림 전세훈, 글 전인호)의 작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당신 자식의 생명선이 짧거나 끊어져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의 돌발 질문에 무심코"그땐 칼로 그어서 이어주겠다"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일화로 가늠해보는 손금의 효과
손금에 관련된 많은 일화 중 전 작가가 들려준 한 토막. 어느 날 작가 사무실로 덩치가 큰 사나이가 찾아와서는 다짜고짜 탁자에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꺼내놓고는 자신의 손바닥을 내밀었다. "선생 만화책을 본께 거시기 나의 성공선이 허벌나게 짧아븐디, 긍께 요 칼로 조까만 그서주소."
그는 서울에서 대형주점 3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영업이 신통치 않아서 고민하던 차에 신문기사를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아무리 상황설명을 해도 들은 척도 안하고 막무가내로 칼을 내밀기에 결국 볼펜으로 성공선을, 그것도 성공의 대명사 '삼지창'을 그려주고서야 돌려보냈다. 그 후 '덕분에 장사가 잘 된다'며 '가게로 한번 모시겠다'는 전화를 몇 차례 온 걸 보면 우연이든 플라시보(위약) 효과이든 손금이 그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건 분명해 보였다고.
동양보다 서양에서 더 대중화
손금은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알렉산더대왕이 동방원정 때 가져가서 그의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를 연구하여 수상학(手相學)으로 발전시켰다.
동양에서는 손금을 중국의 관상서인 마의상법에서 잠깐 다뤘다. 반면 서양에서는 알렉산더대왕부터 나폴레옹, 비운의 황태자비 다이애나까지 유명인들의 손금을 그림과 기록으로 체계적으로 보존할 정도로 대중화 되었다. 생활의 일부로 여긴 것이다.
조선시대 때 세 명의 왕을 모셨던 한명회는 수양대군의 손금을 보고 제왕지상임을 알았을 정도로 손금의 대가였다고 한다. 나중에 낭설로 밝혀졌지만 이병철 삼성 회장이 손금을 보고 직원들 뽑았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고인은 실제로 일본의 간다(神田) 고서점 거리에서 수상학 관련 책들을 직접 구해서 볼 정도로 손금에 해박한 지식이 있었다.
관상과 손금의 차이
'수상(手相)보다 관상(觀相)이요, 관상보다 심상(心相)이라'라는 말이 있다. 손금보다 관상이 더 정확하고, 그 사람의 심성, 사람 됨됨이를 보면 전부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분명 맞는 말이긴 하지만 콩심은 데 콩나고, 팥심은 데 팥나듯이 사람의 얼굴이나 심성은 일생동안 바뀌기 어렵습니다. 이 말은 운명 역시 바뀌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손금은 관상처럼 태어나면서 이미 정해지는 것은 맞지만, 성장기 이후 거의 변하지 않는 관상과는 달리 손금은 평생동안 일정한 주기(3~7년)를 기해서 조금씩 변한다.
관상은 '의느님'들의 손을 빌려서 전면 재공사를 하거나, 보수관(保壽官)인 눈썹을 다듬는 정도로 자신의 운명을 일시적으로 약간 바꾸는 건 가능하지만, 타고난 운명 전체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손금은 변하는 주기가 왔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경고망동하지 않고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림으로써 자신의 앞날을 바꿀 수도 있다.
오늘부터 만화 손금 연재
이를 쉽게 설명하는 만화 '손금'이 오늘부터 한국스포츠경제를 통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간다.
손금만 보고 인간의 '흥망성쇠'를 전부 예견할 수는 없겠지만, 단언컨대 3대 손금선인 생명선, 두뇌선, 감정선만 제대로 알고 있어도 자신의 '길흉화복' 정도는 알 수 있고, 특히 흉(凶)과 화(禍)는 충분히 피할 수 있다.
관상을 보려면 거울이 필요하지만 손금은 지금 바로 손바닥을 보기만 하면 된다. 또한 관상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대입해야만 운명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랜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손금은 만화에서 나오는 손금과 자신의 손금을 비교하기만 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믿고 안 믿고는 독자 여러분이 판단할 몫이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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