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가 13일 미국여자골프(LPGA)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팬들에게 ‘신데렐라의 미소’를 선사했다. 올해 국내 무대 3승 기록이 있는 전인지는 지난 5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우승한 뒤 두 달 만에 미국으로 건너가 다시 쾌거를 올렸다. 골프 3대 강국이라는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모두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이다. 신지애가 2008년에 한ㆍ미ㆍ일 3국에서 우승한 이후 처음이다.
▦세계 여자골프는 이제 한국 낭자 군단이 완전히 장악한 형국이다. 올 시즌 열린 17개 대회에서 전인지를 포함, 한국 토종 낭자들이 10차례 우승했다. 리디아 고(한국명 고보경ㆍ뉴질랜드)와 이민지(호주)의 우승까지 포함하면 한국계가 총 13차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LPGA 종주국인 미국은 2번,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각 1번에 머물고 있다. US여자오픈은 박인비가 우승한 2008년 이후 8번의 대회에서 6번을 한국 낭자들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미국 국적의 미셸 위까지 포함하면 한국계 우승이 7차례다.
▦한국 낭자들이 유독 골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뭘까. 젓가락, 바느질, 활쏘기 문화 등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밥알과 콩알을 한 알 한 알 골라내는 젓가락질이나 한 땀 한 땀 기워나가는 바느질의 섬세함, 정신집중과 평온함을 요구하는 활쏘기 능력 등이 DNA에 잠재해 있어 골프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한국 선수들이 드라이버 거리에서는 서양 선수들에게 밀려도 아이언 샷의 그린적중률이나 퍼팅능력에서 탁월함을 보여왔다.‘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인 셈이다.
▦하지만 결국 헌신적인 투자와 피눈물 나는 노력이 결실을 낳는 법이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맨발투혼’을 펼친 박세리의 성공을 본 ‘박세리 키즈’들은 어릴 때부터 골프를 시작, 혹독한 훈련을 받으면서‘스윙머신’으로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자신의 직장과 꿈을 선뜻 포기하고라도 오로지 자식의 뒷바라지에 매달릴 정도로 부모들의 지원은 유별났다. 전인지도 전형적으로 이 궤적을 따랐다. ‘신데렐라의 미소’ 이면에는 역시 가족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 이게 사실은 가장 한국적인 힘일 것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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