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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진출 국내 조선업체 7곳 정상 운영 애로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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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진출 국내 조선업체 7곳 정상 운영 애로 겪어

입력
2015.07.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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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소매 시장도 꽁꽁 얼어붙어

수출 작년 대비 10% 수준 전망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를 불러온 표면적인 이유는 재정적자와 국제수지 적자다. 정부가 매년 거둬들이는 돈보다 더 많은 지출을 이어왔고, 국채발행을 통해 적자를 매꾸던 관행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또 나라는 생산하는 것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해왔고, 연간 300억~4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가 누적되다 보니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재정적자를 가져온 원인 중 첫째 요인은 탈세가 많다는 점이 꼽힌다. 세수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을 지출하는 정부의 선심성 지출 역시 또 다른 요인이다. 기업이나 개인의 소득신고가 미흡하고, 가능한 한 세금납부를 미루거나 줄이려는 경향이 팽배해 있다.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예를 들어 큰 차를 갖고 있으면, 차량 유지비를 고려해서 일정수준의 소득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 개인 소득세를 추가로 부여하는 식이다. 그래도 국민은 세금납부를 하지 않고 버티자 정부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세금을 같이 표시해서 납부를 하도록 하고, 납부하지 않을 경우, 전기를 끊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했다. 그렇지만 탈세가 개인의 재산축적의 방편이라는 삐두러전 사회인식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세수가 늘지 못하는 또 다른 요인은 경기침체다.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과거에 비해 화폐가치가 높아지자 제조업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고, 국가경제는 관광 서비스에 의존하게 됐다. 여기에 국제채권단이 요구한 긴축을 실행하느라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6년간 계속했다.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가까스로 살아남는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정부 세수도 동시에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그리스 정부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개최하느라고 지출을 늘리고, 국민연금을 퇴직 급여의 95% 수준으로 지급해왔다.

인구 1,100만명의 그리스에서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거의 1백만명으로 전체 노동인구의 20% 가량에 달한다. 민간부문이 공공부문 종사자들까지 모두 먹여 살려야 한다고 보면 국가 운영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할 수 있다.

금융통제 후 정치적 사회적 혼란 지속

지난달 29일 도입된 금융통제 이후 그리스 경제는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그리스는 소비재와 식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입 및 도매유통이 거의 중단됐다. 앞으로 정부는 제한된 돈을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상품의 수입에 우선적으로 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식품과 생활용품 공급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의료, 에너지, 공공서비스 등 분야에서도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의료기관은 의약품과 소모품의 공급이 딸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료의료서비스는 유명무실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고가의 민간의료기관을 이용해야 한다. 석유 비축물량은 9개월 이상이라고 정부는 밝히고 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과의 무역에도 영향 미쳐

그리스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 등 우리나라 조선업체 7개사가 지사를 두고 있고,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판매법인을, 한화와 대우인터내셔날이 지사를 두고 있다. 또한 현대로템과 LG CNS가 프로젝트를 수주해 진행하고 있다.

금융통제가 시작되면서 해외로 송금이 금지됐다. 해외로 송금하기 위해서는 특별허가를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승인 신청 후 상당시간 기다려야 할 뿐 아니라, 정부의 승인여부도 불투명해 보인다.

그리스 도소매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내수시장이 얼어붙으니, 우리나라의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지금의 상태가 지속되면 올해 우리의 대 그리스 수출은 작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출 절대 금액이 10억달러에 불과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지만,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것이다.

현지 진출 지사들은 당장 운영에 곤란을 겪고 있다. 해외송금이 제한을 받고, 그나마 계좌에 있는 돈을 마음대로 찾지도 못한다. 임차료와 직원급여, 사회보장세 등은 은행송금으로 정상적으로 납부하지만, 현금지출이 필요한 경우에는 제한을 받는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사실상 할 수 없고, 사무실 유지에 경비는 지출해야 하는데,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사태가 단기간 내에 안정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면, 그나마 지난 수년간 힘겹게 버텨왔던 지사들이 그리스 철수를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스 은행의 부도나 헤어컷(예금 부분 몰수) 소문이 나도는 가운데 예금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사 운영경비를 국외 계좌에서 송금 받아 현금 수송을 통해 조달해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그리스 정부의 해외송금 조치도 언제 해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사태가 일단락될 때까지 우리 기업들은 대그리스 수출상품 선적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

KOTRA 박기원 아테네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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