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입학 평가를 위해 ‘수능’이라고 불리는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다. 수능결과에 따라 진학이 결정되므로 수험생들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노력하고 시험난이도는 언제나 이슈가 된다. 수험생이 본인 최고 점수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시험이 쉽게 출제되어 만점자가 속출한다면 상대적으로 좋은 등급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도 수학과 영어과목에서 역대 최다 만점자가 나오면서 변별력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다.
올해 글로벌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주식형 펀드들의 성과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과가 좋다고 펀드의 운용이 잘되고 있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수능에서 만점자가 많이 나오는 것처럼 시장상황이 좋기 때문에 펀드성과가 좋게 나올 수 있다. 펀드는 간접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성과가 좋더라도 운용사가 실제로 펀드를 잘 운용하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펀드의 경우 변별력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바로 벤치마크(Benchmark)이다. 대부분의 펀드는 만들어질 때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인 벤치마크를 가지고 태어난다. 벤치마크는 펀드 투자대상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 등의 수익률을 대표하는 여러 지수를 사용한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엔 주가지수 수익률을 채권형펀드는 채권지수 수익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펀드투자자에게 벤치마크는 투자성과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며, 자산운용사에게 벤치마크는 운용성과를 평가 받는 기준이 된다.
투자하는 펀드마다 투자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펀드성과를 수익률만 보고 절대평가로 판단하기보다는 벤치마크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좋다. 최근 양호한 성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펀드, 헬스케어펀드, 국내중소형주펀드 이 3가지 유형의 펀드 성과를 비교해보면 벤치마크의 중요성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최근 전반적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1년간 성과를 보면 헬스케어펀드 39.7%, 중국주식펀드 25.6% 국내중소형주펀드 23.8%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순하게 유형별 성과를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벤치마크 대비 성과를 보면 이야기 좀 다르다. 벤치마크 대비 성과는 헬스케어펀드가 20.6%, 중국주식펀드가 2.6%, 국내중소형주펀드가 ?5.1%로 헬스케어펀드가 단연 높게 나타난다. 중국펀드나 국내중소형주 펀드는 해당 시장 자체가 좋은 흐름을 보였던 반면, 개별 펀드운용이 시장을 상회하지 못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펀드가 많았음을 보여준다. 단순하게 절대적인 수익률만이 아니고,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률을 가지고 비교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펀드가 벤치마크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고 무조건 좋은 펀드이고 투자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펀드에 투자할 때 투자목표와 계획에 따라 정하고 있는 기대수익률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의 벤치마크가 5% 성과를 기록하고, 펀드의 성과가 10%를 기록해 5%포인트의 초과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고 해도 자신이 목표하고 있는 기대수익률이 20%라면 해당 펀드의 성과가 양호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때문에 펀드를 선택할 때는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기대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펀드를 고르면서, 펀드가 벤치마크 대비 좋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지 함께 따져보는 것이 좋다.
투자하고 있는 펀드의 벤치마크를 확인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1차적으로 투자설명서에서 펀드가 만들어질 때 설정된 벤치마크를 볼 수 있고, 2차적으로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나오는 운용보고서에서 벤치마크 대비 운용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펀드슈퍼마켓 같은 온라인 펀드투자 채널에서 개별 펀드의 운용 성과를 벤치마크와 비교할 수 있도록 표나 차트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펀드투자 시 벤치마크를 활용해 실제 펀드운용이 잘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옥석이 될 수 있는 펀드를 가려내자.
박형주 펀드온라인코리아 투자교육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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