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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인업자도 영생자 장수와 맞짱은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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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인업자도 영생자 장수와 맞짱은 힘들어"

입력
2015.07.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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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는 밀림 속에서 긴팔원숭이 생활을 연구하며, 5년을 보냈다. 인류학자라는 직업은 청부살인업자에게 더할 나위 없었다. 밀림 속 생활은 언제나 완벽한 알리바이가 가능했고, 몸과 마음을 단련시킨다.

그는 장수를 찾는데, 1년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장수는 정교하게 위조한 여권이 있고, 최근에는 여권 없이 입국 가능한 작은 나라들도 많다.

"확인했습니다."

그는 벽에 걸린 달력을 잠깐 쳐다보았다. 내가 사건을 의뢰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장수를 찾아낸 것은 그가 아니라 …. 전 세계의 영상 정보를 분석하는, '로크'였다. 로크는 럭키세븐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으로, 첩보위성 자료 분석에도 활용된다.

로크는 장수가 사라진 후, 이틀 만에 장수의 위치를 검색했고, 산하가 직접 가서 장수를 확인했다.

"직접 만나봤나?"

"네. 원하시는 시간을 정해주시면 …. 작업하겠습니다."

"음 …. 그 일을 직접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네."

"장수를 직접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도와줄 수 있나?"

"할 수 있지만 …. 위험합니다. 익숙해지고, 능숙해져도 …. 살인은 어렵고 위험합니다. 그리고 영생자인 장수의 신체 능력은 보통 사람을 초월합니다. 제가 장수와 맨손으로 맞붙는다고 해도, 아주 어려운 게임입니다. 당신은 돈이 있고, 저에겐 기술이 있습니다. 서로 잘하는 일을 하는 게 좋습니다."

준에겐 어떤 계획이 있을까? 녀석이라면, 나에게 의논하지 않고 일을 저지를 것이다.

내가 녀석을 말릴 수 있을까? 복수심으로 가득 찬, 젊은 광기를 설득할 수 있을까?

우리 둘은 말없이 캠퍼스의 산책로를 걸었다. 벚나무에는 사향 하늘소가 긴 더듬이로 허방을 짚었다. 갓 벗은 매미 허물도 보였다. 팽나무는 태평양처럼 푸르렀다.

"살인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무거운 질문인데도, 녀석은 스쳐 지나가는 산들바람처럼 쉽게 물었다. 그만큼 녀석의 결심은 확고했다.

"없어."

"단 한 번도요?"

"…. 내가 할 필요는 없었지."

"장수는 저를 증오했어요. 그런데 왜 저를 해치지 않고, 민이를 …."

준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장수는 아주 영리해. 자네의 약점을 안 거지. 그리고 …. 지금 녀석은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알아요. 영생자가 어떤 존재인지 …. 판타지늄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

준이 멈춰 섰다. 시선은 중앙 도서관 앞에 있는 분수대로 가 있었다. 녀석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분수대 쪽으로 질러갔다.

분수대 안쪽으로 몸을 뻗고 팔을 움직였다. '뭘 하는 건가?' 싶었는데, 준이 몸을 뺐을 때, 손안에 청개구리가 잡혀 있었다.

"이 분수대는 청개구리에게 덫이에요. 들어갈 순 있어도 나올 순 없거든요. 벽면이 돌출형이라서, 청개구리들이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어요. 그래서 해마다 이때쯤이 되면, 하루에 한 번씩 와서, 갇혀 있는 청개구리를 구해내죠. 민은 저를 '청개구리 구조원'이라고 놀렸어요. 하지만 제가 오지 않는 날에는 …. 정말 착한 여자예요. 저는 장수를 용서할 수 없어요."

준은 개구리를 놓아주면서, 말했다. 용서할 수 없다는 말과 개구리를 놓아주는 행동은 묘한 언발런스처럼 보였지만, 덕분에 그가 무슨 일을 할지 분명해졌다. 준은 장수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

"민에게 영생을 이식할 건가?"

"어쩔 수 없어요. 그녀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영생자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겠지?" "네. 하지만 …. 그녀라면 다를 거예요."

한국스포츠경제 webmaste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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