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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로 예금·대출·송금 서비스 재창조… 금융질서 지각변동

입력
2015.07.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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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고유영역 잠식, P2P 기업 렌딩클럽 뉴욕증시 상장

국제 송금 돕는 트랜스퍼와이즈, 10분만에 대출 가능한 온덱 부상

모바일앱 금융서비스가 대세로… "5~10년 뒤 완전 잠식" 전망도

조그만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의 비즈니스영역까지 공략해 들어가면서 조금씩 대기업들의 텃밭을 잠식하고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해외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조그만 스타트업 공격에 거대 은행들의 비즈니스가 잠식당하고 있다.

은행은 전통적으로 고객의 돈을 맡아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일을 주로 해 왔다. 예금과 대출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돈을 잘 운용할 수 있도록 투자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부동산 구입, 해외유학, 신규시설투자 등으로 목돈이 필요한 개인들이나 회사들에게 돈을 대출해 준다. 해외로 돈을 송금할 필요가 있는 고객들에게 환전 및 송금서비스도 제공한다. 기업들의 주거래은행으로서 돈을 맡아뒀다가 매달 직원들의 계좌에 월급을 송금해주는 일도 한다.

이렇게 백화점식으로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은행이다. 하지만 서비스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고객을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관료적이며 불편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비싼 대출이자나 서비스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은행의 맹점을 파고 들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전세계에 가득하다.

● 개인간 대출(P2P) 만든 렌딩클럽

우선 렌딩클럽이란 스타트업 기업이 있다. 렌딩(Lending)은 ‘빌려준다’는 뜻이다. 회사 이름 그대로 돈을 빌려주는 모임을 온라인 상에 만들었다.

기존 은행과 차이는 더 높은 이자를 준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대출 등 다른 금융서비스도 기존 은행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간편하다. 고수익과 속도, 이것이 렌딩 클럽의 무기다.

따라서 은행예금에 돈을 넣어두는 것보다 더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리고 싶은 개인 투자자는 렌딩클럽에 온라인으로 계좌를 만들어 돈을 투자한다. 또 은행에 가는 것보다 더 빠르고 편리하게 돈을 빌리고 싶은 사람은 렌딩클럽에 온라인으로 대출신청을 한다. 렌딩클럽은 자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 따라 각 대출신청을 평가해서 즉각 승인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대출신청서를 투자자들에게 제시한다. 이 과정을 거쳐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이들은 소위 개인간 대출(P2P렌딩)이라는 분야를 개척했다. 이 분야의 대표주자인 렌딩클럽은 지난해 5조원 가까운 금액을 대출해 주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 국제송금과 대출시장 잠식한 트랜스퍼와이즈와 온덱

트랜스퍼와이즈는 국제송금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국의 스타트업이다. 은행에 갈 필요가 없이 모바일 앱이나 웹에서 해외에 있는 상대방의 모바일 앱이나 웹으로 돈을 쉽게 환전해서 보낼 수 있다. 수수료도 싸고 환율도 좋기 때문에 기존 은행을 이용해서 국제송금을 하는 것보다 10분의 1비용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회사는 벌써 매달 1조원 가까운 돈을 처리하고 있다.

이렇게 금융의 영역에서 새로운 모바일이나 인터넷기술을 접합해 혁신하는 회사들을 핀테크스타트업이라고 한다. 금융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수천개가 넘는 핀테크스타트업들이 등장해 활발하게 성장중이다. 이들은 일반인들이 기존 은행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불편한 점을 포착해 이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새롭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장사가 잘되는 식당을 확장하고자 하는 식당 주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가 필요한 돈은 1,000만원이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맞아야 하는 그에게 은행에 가서 대출 신청을 하는 일은 성가시고 귀찮다. 은행에 가면 증빙으로 내야 할 서류만 수십 가지다. 각종 계약서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을 듣고 수십 번 서명해야 한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빼앗겨 실제로 돈을 빌리는 데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이런 식당주인을 위해 온덱이라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출신청을 받는다. 신청서를 작성하는데 10분이면 충분하고 즉시 자체 소프트웨어알고리즘을 통해 신용평가까지 마친다.

그리고 바로 고객에게 대출가능여부와 이자율을 알려준다. 고객이 대출을 원하면 하루만에 돈을 입금해준다. 물론 이자율은 은행보다 휠씬 높다. 하지만 은행에 여러 번 발품을 팔고 수십 장 서류에 서명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새롭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은행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다.

● 핀테크로 해체되는 은행의 언번들링 시대

미국 벤처투자분석업체 CB인사이츠는 '언번들링(unbundling)되고 있는 은행’이란 제목의 흥미로운 그래픽을 올초 공개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은행은 예금, 대출, 송금 등 다양한 서비스를 묶음(bundle)로 제공하는데, 그 묶음이 스타트업에 의해서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은 렌딩클럽, 온덱, 캐비지 등이 해체하고 있으며 자산관리는 웰스프론트, 베터먼트 같은 회사들이 파고들고 있다. 이런 스타트업들에 의해서 금융서비스가 재창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은행이 핀테크 스타트업에 의해서 해체되는 현상은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첫째, 사람들이 앞으로 현금을 쓰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현금대신 신용카드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제 애플페이 등을 통해 모든 거래를 모바일폰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심지어 시계(애플워치 등)를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끝난다. 지갑이 필요없어진다. 모든 돈 거래가 디지털로 이뤄지는 것이다. 0와 1의 디지털신호가 옮겨다니는 것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혁신역량이 높은 스타트업들이 금융기관보다 더 유리하다.

둘째, 모든 사람들이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됐다.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접점이 은행 창구가 아닌 스마트폰에 탑재된 모바일 앱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든 경제활동이 기록으로 남고 개인이 금융서비스를 받는데 참고 데이터로 활용된다.

얼마전 방한한 알리페이의 사브리나 펑 글로벌담당 부사장을 만났다. 그는 모바일을 통해 100조원이 넘는 돈이 수탁된 '위어바오’라는 모바일 앱을 내게 보여줬다. 일상생활에서 알리페이를 사용하는 중국인들이 목돈을 저금해 둘 수 있는 서비스다. 그의 위어바오계정에 4만5,000위안이 들어있는데 대략 하루에 미화로 1불(1,000원)정도의 이자가 나온다고 자랑했다. 1,000원이면 중국인들이 아침을 사먹을 수 있는 돈이다. 알리바바는 이처럼 3억5,000만명의 중국인들이 알리페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웬만한 은행 이상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금융서비스가 재창조되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과 디지털서비스에 전혀 거부감이 없는 밀레니얼세대가 세상의 주축이 되는 5~10년 뒤 금융서비스 전체가 모바일 앱으로 들어오게 될 수도 있다.

‘이것(핀테크)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의 거대은행인 제이피모건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은 올해 초 “실리콘밸리가 온다"고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밝혔다. 실리콘밸리의 파괴적 혁신물결이 은행까지 집어 삼킬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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