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르노삼성 한국지엠
다운사이징·디젤 엔진 추가하고
친환경차 더해 라인업 늘리기 총력
불과 몇 년 전까지 국산차의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은 차종 당 하나 또는 둘이었다. 현대자동차 쏘나타만 해도 2.0 가솔린 모델 혼자서 ‘국민 중형차’라 불릴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이제 단일 모델이 시장을 석권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겉모습은 큰 차이가 없어도 다양한 파워트레인으로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든 수입차에 맞서기 위해 이제는 국산차도 부지런히 파워트레인을 쪼개고 있다. 소비자에게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7차 7색’ LF쏘나타 라인업 완성
현대자동차가 언론 대상의 시승회를 마련한 지난 9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 주차장에 각기 다른 7개 파워트레인을 가진 LF쏘나타 7대가 모였다. 2.0 가솔린과 하이브드리드, 가솔린 터보, LPi는 이미 판매 중이지만 1.6 가솔린 터보와 1.7 디젤, 플러그 인(충전식) 하이브리드인 쏘나타 PHEV는 이달 초 출시됐다.
동력손실을 최소화하는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가 장착된 1.6 터보와 1.7 디젤 모델 중 먼저 디젤차에 올라 시동을 걸어봤다. 엔진음은 묵직했지만 현대차의 여느 차들처럼 핸들링이 부드러웠다.
출력은 2.0 가솔린보다 부족하지만 토크가 높아 가속페달에 힘을 주지 않고도 인천대교의 경사로를 여유 있게 달렸다. 새 차라는 점을 감안해도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을 느끼지 못했다. 인천대교를 건너 영종인터체인지(IC)까지 약 25㎞를 주행한 뒤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ℓ당 14.1㎞. 주행거리가 짧아서 18인치 휠 장착 시 공인연비 16㎞에 미치지 못했다.
1.6 가솔린 터보는 가속페달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흡수했다. 배기량은 2.0 가솔린보다 적지만 출력이 높아 ‘밟는 데로 나간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순발력이 뛰어났다. 7단 DCT의 조합으로 변속도 부드럽고 빠르다. 다만 최고 트림인데도 내장재 수준은 1.7 디젤에 비해 떨어졌다. 연비는 18인치 휠 기준 공인연비 ℓ당 12.7㎞ 에 미치지 못한 9.3㎞를 기록했다.
국산차 ‘파워트레인 쪼개기’ 열풍
소비자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파워트레인 세분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업체들은 배기량을 줄이고 연비를 높인 다운사이징 엔진과 디젤 엔진을 추가하고, 친환경차를 더하는 방식으로 열심히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처럼 같은 차대에 ‘두 개의 심장’을 처음 시도한 국산 중형 승용차는 르노삼성자동차의 SM5였다. 2013년 5월 출시된 SM5 TCE는 2.0 가솔린 모델과 외형상 큰 차이가 없지만 1,600㏄ 직분사 터보 엔진을 품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7월 1,500㏄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을 선보여 SM5의 파워트레인은 LPLi까지 4개로 늘었다.
한국지엠(GM)도 2013년 10월 1,400㏄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준중형 승용차 쉐보레 크루즈를 출시하며 파워트레인 확대에 동참했다. 크루즈는 1.6 가솔린 모델이 단종돼 현재는 1.4 와 1.8 가솔린, 2.0 디젤까지 세 가지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최근 파워트레인을 가장 열심히 쪼개고 있는 업체는 현대ㆍ기아차다. 사전 계약이 진행 중인 기아차의 신형 K5도 2.0 가솔린과 터보에 1.6 가솔린 터보, 1.7 디젤, 2.0 LPi까지 5개 엔진을 달고 시장에 출격했다. 올해 말 가솔린 하이브리드, 내년 초 PHEV가 추가되면 총 7개의 파워트레인이 완성돼 ‘형제차’ LF쏘나타와 정면대결을 벌이게 된다.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하나
같은 차종이라도 파워트레인에 따라 주행성능과 연비는 확연히 달라진다. 다운사이징 터보는 최고출력이 높아 역동적인 운전이 가능하지만 연비가 부족하다. 정숙성이나 출력보다는 연비로 승부하는 디젤은 장거리 운행이 많을 경우 유리하다. 하이브리드도 연비에 방점이 찍힌 모델이지만 여전히 가격이 비싸다. PHEV는 하이브리드보다도 1,000만원 이상 비싸고 아직 정부 보조금 규모가 결정되지 않아 당장 구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난한 운전과 적당한 연비에 만족한다면 표준형인 가솔린 모델이 가장 적당하다.
상반기 완성차 업체들의 파워트레인별 판매량에는 무난한 중형 승용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경향이 나타난다. 렌터카나 택시용 LPi를 제외하면 LF쏘나타는 2.0 가솔린이 2.0 가솔린 터보보다 10배 이상 많은 1만6,288대 판매됐다. SM5도 터보 모델인 TCE 판매는 649대에 그쳤고, 2.0 가솔린이 가장 많이 팔렸다. 다만 지난달만 따지면 1.5 디젤(900대)이 2.0 가솔린(783대) 판매량을 처음 앞지르며 하반기 질주를 예고했다.
준중형 크루즈는 중형과는 반대로 다운사이징한 1.4 가솔린 터보 판매량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44% 급증하며 1.8 가솔린을 능가했다.
현대차는 쏘나타도 연비와 성능이 향상된 터보와 디젤 판매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은 “출시 뒤 5일간 1.6 터보와 1.7 디젤 비중이 각각 13%와 28%였다”며 “올해 쏘나타 전체 판매량 중 두 모델 판매 비중이 40% 정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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