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행 회장 "통합 일정 늦춰야"
일부선 기득권 싸움 탓 반대 우려
대한체육회는 지난 3월 통과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2016년 3월까지 국민생활체육회(국생체)와 통합해야 한다. 하지만 김정행(73)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10일 대한체육회 창립 95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2016년 3월까지 통합해야 하는 일정은 물리적으로 무리”라며 일정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체육계 안팎에서는 김회장이 사실상 통합안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김회장은 “(통합안에 따라)나의 임기가 줄어들었지만 미련은 없다.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대한민국 체육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바랄 뿐”이라면서 “통합 과정에서 대한체육회의 노력이 기득권 유지, 자기 밥그릇 챙기기 혹은 합의 미이행으로 비춰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이기흥 체육회 부회장 역시 “내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3~4월이 되면 선수단이 완성돼야 하고 6월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2월 통합을 강행하면 한국 대표팀의 올림픽 성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김 회장의 발언을 거들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통합의 의미는 뒷전이고 통합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나 항의성 회견 모양새다.
실제 대한체육회는 통합의 대전제는 찬성하면서도 통합준비위원회(통준위) 인원 구성 비율과 통합의 시기라는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며 갈등의 골이 깊다. 통합의 파트너인 국민생활체육회와는 물론이고 체육회 내부에서도 김회장과 이기흥 부회장의 통준위 구성비율이 달라 혼선을 빚기도 했다. 정치권의 훈수도 부담이다. 안민석 의원은 2014년 11월 6일 4자간 ‘플라자합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서상기 의원은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못 달고 출전하더라도 정부의 일정대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싸움의 판이 커져가는 형국이다. ‘플라자 합의문’이란 지난해 11월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 김 회장과 서상기 전 국생체회장 겸 새누리당 의원,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그리고 김종 문체부 제2차관 등 4명이 모여 두 단체 통합 시기를 내년 3월까지 못박은 것을 말한다.
이제 두 단체의 통합은 시대적 대세로 자리 잡았다. 간단히 말해 통합은 이 두 단체가 생활체육 학교체육 전문체육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선진화한 스포츠체계를 구축하자는 당위성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체육회는 25년 만에 본연의 생활체육의 기능이 환원되는 것이고, 국민생활체육회는 풀뿌리체육, 저변체육이 더욱 탄력을 받고 실질적인 생활체육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말 잔치와 달리 결국 현재 대한체육회가 반대나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들은 이미 정해진 내용들을 조금이나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체육회가 직제에도 없는 ‘수석 부회장’자리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는 것도 볼썽 사납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체육회 부회장은 이기흥(60) 조양호(66) 김재열(47)씨 3명이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이기흥 부회장이 3명의 부회장 가운데 서열상 가장 위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통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서열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목소리도 크다. 일부에선 만일의 경우 김 회장의 ‘중도 하차’시 이기흥 부회장이 체육회를 이끌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의 눈길도 보내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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