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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에 거는 기대

입력
2015.07.1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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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회동하고 있는 모습.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회동하고 있는 모습.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이른바 ‘유승민 정국’에서 국민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대통령이 어떤 연유로 불같이 화를 내며 여당 원내대표를 밀어내려는지, ‘나갈 이유를 모르겠다’며 버티는 여당 원내대표의 속내는 무엇인지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여론은 그저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의 유례 없는 ‘맞짱’에 집중했을 뿐이다. 영남 출신의 어떤 여당 의원은 “이건 얼라(어린 아이의 사투리)들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 격”이라고 당시의 혼란스런 상황을 되짚기도 했다.

지식인 사회가 받은 충격과 혼란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원인 분석은 약간 상이했다. 정당정치와 의회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공격한 대통령의 ‘6ㆍ25전면전’을 ‘총통정치’의 부활로 판단한 일각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항명을 주도했다가 콧수염이 뽑혔던 김성곤의 과거사까지 비교대상에 올렸다. 독단과 독선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빚어낸 참사라는 것이다. 심지어 보수진영에서조차 ‘여왕과 공화국의 불화’를 심각하게 거론하며 박 대통령의 시대인식을 문제 삼았다. 최근 만난 친박 원로 정치인 역시 “대통령의 화(분노)가 시스템적으로 조절되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박 대통령의 개인적 리더십을 걱정했다.

그런데 최고 지도자의 시대인식 내지는 민주적 소양과 통치 스타일의 문제로 이번 사태를 치환할 수는 없을 터다. 독재와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이나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의 토대 위에 확립한 민주주의 시스템이 지도자 개인의 비민주적 리더십으로 인해 허물어질 정도로 취약하지도 않을 것이다. 소통을 멀리하고 있는 대통령을 향해 인식과 리더십 변화를 요구하는 게 얼마나 실용적일지도 의문스럽다.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고찰을 비롯한 제도적 접근이 보다 냉정한 진단이며 미래지향적 분석이 아닌가 싶다. 마침 정치학자들이 이번 사태를 제왕적 대통령 제도가 부른 민주주의의 위기로 보고 심지어 케이스 스터디에 나선 마당이다.(본보 7월6일자 5면 ▶ 기사보기) 학자들이 흥미 위주의 대통령 리더십 연구보다 제도적 미비에 방점을 둔 것은 ‘현재의 제도 아래서는 같은 사태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수명이 다한 대통령 중심제를 폐지하고 내각제를 도입하자는 일부의 주장은 일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내각제 도입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반성적 평가로는 적절할지 몰라도 아직까지 대통령제에 대한 찬성 여론이 상당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을 담보한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권에서 실제 추진되고 있는 중도 세력의 통합(비노와 비박을 합친 신당 창당)을 통한 정치지형의 변화 시도에도 의미를 둘 수는 있겠다. 다만 차기 대권 주자의 분포를 포함한 현실 정치세력의 이해관계나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역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기왕의 정치권 논의를 거친 대안에서 살펴본다면 이번 사태의 교훈과 관련해 ‘대통령 4년 중임제’만큼 적합한 제도를 찾기도 쉽지 않다. 제왕적 대통령이 문제될 때마다 여론은 5년 단임제보다 중임제를 선호했으며 여야 정치권에서도 상당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 등 정부형태를 대폭 바꿔야 하는 방안에 비해 국민적 혼란이 적고 정책의 연속성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5년 단임제보다 월등히 낫다.

4년 중임제를 도입하면 적어도 집권 전반 4년 동안은 제왕적 대통령의 걱정은 떨쳐 버릴 수 있을 것이다. 4년 임기를 무사히 마친 뒤 연임에 도전하는 대통령이라면 여권 원내대표를 ‘찍어내고’ 입법부와 충돌까지 불사하면서 국민을 대혼란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물론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의 집권 후반 4년 통치행위에 대해서는 5년 단임제와 마찬가지로 제어할 수 없다는 약점은 제도 보완 등의 추가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권위적 리더십이 더 이상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정치를 구조화하는 데도 제도 개선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김정곤 정치부장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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