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중앙교회, 3년째 아침밥 기부
불고기 등 특식까지 제공해 인기
학생들 불편 할까 봐 전도도 안 해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 자취생들에게 구내식당의 콩자반, 멸치볶음 반찬 하나하나는 갈등의 대상이다. 하지만 서울 고려대 인근에 위치한 성복중앙교회는 3년째 통 큰 ‘아침밥 기부’를 하며 자취생들의 배고픈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주고 있다.
이 교회는 2013년 초부터 고려대 학생들을 비롯해 인근 지역 대학생들을 위해 오전 7시부터 오전 8시 10분까지 교회 지하 1층 식당에서 무료로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밥과 국은 기본이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닭볶음탕, 불고기 등 풍성한 특식 반찬도 나온다. 맛있다는 입소문까지 더해지면서 현재 아침마다 교회를 찾는 학생은 80~90명에 달한다.
낭만의 대명사인 상아탑에서조차 학생들이 먹는 반찬 가짓수에 돈을 매기는 현실이 무료 급식의 배경이 됐다.
길성운 담임목사는 12일 “대학 식당에서 밥 얼마, 국 얼마 하는 식으로 반찬 가지 수에 따라 비용을 매기고 있어 자취생들이 콩자반 하나에도 지갑 열기를 주저한다는 소리를 듣고 울컥했다”며 “적어도 먹는 것만큼은 걱정이 없었으면 하는 부모 마음에서 급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기비결은 당연히 맛 좋은 음식을 공짜로 먹기 때문이지만 종교적 권유가 없는 것도 학생들을 불러 모으는 이유가 됐다. 교회는 혹여 학생들이 불편해 할까 봐 전도는 하지 않기로 했다. 지역사회 공헌 활동 차원에서 1층 카페 운영 수익금의 2년치인 2,000여만원을 고대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선의로 시작한 일이었으나 거꾸로 전도를 배제한 것을 놓고 대학 내에서는 엉뚱한 논쟁이 일기도 했다. 최근 고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회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전도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태만’ ‘음식 만드는 분들이 새벽부터 나와서 고생하는데 전도 좀 하면 어떻나’ 등의 글이 올라왔다. 길 목사는 “나 또한 지방 출신이어서 자취생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했고 국가의 미래를 키우는데 보탬이 된다면 급식도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기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대다수 학생들은 교회의 순수한 의도에 공감하고 있다. 진심이 통했는지 이 곳을 자주 애용한 학생들은 졸업 후 감사 편지를 보내오기도 한다.
교회 관계자는 “ ‘아침마다 제공되는 밥을 먹고 힘을 내 공부한 결과 임용고시에 합격했다’ ‘어릴 적 집안형편이 어려워 밥 먹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 지 잘 안다’ 등 사소할 수도 있는 밥 한끼에 학생들이 감동을 표할 때면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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