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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입력
2015.07.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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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건 기업이건 무병장수하고 영원하기를 바란다. 아쉽게도 인간이건 기업이건 언젠가는 세상에서 잊혀지고 사라진다. 그러나 인간은 노화를 거스를 수 없지만 기업은 누가 어떻게 경영하고 변신하느냐에 따라 노화된 사업부문을 어린아이처럼 신선하고 청년처럼 생동감 넘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기업이 죽지 않고 새롭게 성장하기 위한 변화 수단 중 하나가 바로 합병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선언한 것도 성장을 위한 변화의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두 회사의 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을 찬성하는 방향으로 내부 입장을 정했다는데, 국민연금 또한 성장을 위해서는 합병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과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 과정에서 대주주만 이익을 챙기는 합병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다수가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주식회사에서, 경영 의사결정이 실패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참여자는 다름 아닌 대주주다. 그러서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한 투자자는 의사결정과정에서 더 신중하고, 보수적이며, 혹 의혹을 받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하고 고집한다.

누구나 변화를 모색하지만 몸부림치지 않으면 사라진다.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의 현실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수명은 1935년에는 약 90년이었지만 1975년에는 30년, 1995년에는 22년 그리고 2015년에는 15년으로 점점 짧아지고 있다. 포브스 자료에 의하면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균수명도 약 30년에 불과하며, 기업이 70년간 존속할 확률은 18%에 불과하다.

초(超) 장수기업으로 알려진 듀폰은 지난 205년간 스스로 과거와 결별하는 의사결정을 지속해 왔다. 찰스 홀리데이 전 듀폰 회장은 “듀폰은 항상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말로 변화를 강조했다. 듀폰 이외에도 GE, 지멘스 등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은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비핵심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미래 유망 성장산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변화를 실천해왔다. 이들 장수 기업이 취한 변화의 강력하고 빠른 수단은 서로 다른 업종간의 합병이다.

삼성물산은 해외건설부문과 시한폭탄 같은 부동산 PF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하락에 따른 중동 산유국의 발주량 감소문제도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집중해온 해외시장 개척의 경험과 노하우는 다른 업종과 결합하였을 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제일모직은 내수시장에 주력해 왔다. 패션 등 젊은층에 매력적인 업종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제일모직은 해외시장개척에 취약하다. 건설이라는 취약한 부문도 있다.

두 기업이 합병을 통하여 중복된 건설부문을 통합하고, 삼성물산의 해외시장에 대한 강점을 제일모직과 결합하려는 노력은 변화를 위한 몸부림으로 보고 싶다. 삼성물산이 그동안 쌓아온 해외브랜드 이미지가 합병기업에 접목될 때 사업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도입기와 성장기를 축소할 수 있고 사업의 실패확률을 줄여줄 수 있다. 이것이 두 기업의 이사회가 최고의 전문가들과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이고, 이를 모든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결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한국의 대표 두 기업의 정보는 기업 외부인들에게도 다양한 경로로 알려진다. 모두가 감시자들이다. 이사회가 의사결정과정에서 불공정하게 행동한다면 배임이라는 법적 책임도 따른다. 두 기업의 이사회가 갈 수 있는 길은 정도(正道)라는 좁은 길 이외에는 없어 보인다.

노준화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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