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의 뿌리깊은 인종차별을 고발한 하퍼 리(88)의 퓰리처상 수상작이자 고전의 반열에 오른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ㆍ1960년)에서 억울한 흑인을 끝까지 도운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의 실체가 드러났다.
11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앵무새 죽이기’속편으로 이번 주(14일) 발간되는 ‘파수꾼’(Go set a Watchman)에서는 전편에서 완벽한 인격의 소유자이자 도덕적 영웅으로 그려졌던 핀치 변호사가 인종 차별주의자인 것으로 묘사됐다.
1930년대 대공황기,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 ‘앵무새 죽이기’에서 핀치 변호사는 백인 여성을 강간한 누명을 쓴 흑인 로빈슨을 애정 깃든 논리로 변호해 백인 양심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흑인 여성 오프라 윈프리가 ‘국민 소설’이라고 칭송했던 이 소설에서 애티커스 핀치는 법정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1962년 동명의 영화에서 당대 최고 배우 그레고릭 펙의 열연까지 겹치면서 자녀에게 애티커스라는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급증했고, 일시적으로 로스쿨 진학생도 늘어났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작가가 50여년 만에 뒤늦게 공개한 속편 ‘파수꾼’에서 애티커스 핀치는 ‘흑인들은 나이 들어도 어린애’라고 비하하는 등 인종 차별주의자 면모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앵무새 죽이기’에서는 화자(話者)인 스카우트가 열살 소녀로 등장하지만, 속편은 이후 20년 가까이 흐른 1950년대가 시대적 배경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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