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와 지드래곤&태양 같은 아이돌에 홍대에서 최근 가장 ‘핫’한 인디밴드 혁오까지. MBC ‘2015 무한도전 가요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4일 가요제의 시작을 알리는 첫 방송이 나간 뒤 온라인에는 ‘무한도전’ 가요제 열풍이 불었다. 멜론 등 음원사이트에는 빅뱅을 비롯해 혁오의 노래가 약 1주일 동안 음원차트 톱5를 휩쓸었다. 방송 등 연예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광희 등 ‘무한도전’멤버들과 윤상, 박진영, 자이언트 등 출연 가수들과의 가상 조합도까지 올라왔다. 그만큼 ‘무한도전’ 가요제에 대한 시청자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그 동안 ‘무한도전’ 가요제는 어떤 이들이 짝을 맞춰 주목을 받았을까. 2007년부터 2년 마다 열린 네 번의 가요제를 빛낸 네 커플을 꼽았다.
▦박명수 제카 ‘냉면’-‘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2009)
‘차가워 너무나/속이 시려 너무나/이빨이 너무 시려/냉면 냉면 냉면~’
‘뿅뿅뿅 사운드’라 불리는 아날로그 전자 음악에 흥겨운 비트가 얹혀진 전형적인 여름 댄스곡으로 인기를 누렸다. 제시카의 귀여운 목소리가 백미다. 이를 박명수가 중저음으로 받쳐 남녀 듀엣곡의 맛을 살렸다.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냉면~”을 부를 때 젓가락으로 냉면을 집어먹는 안무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였다. 사연이 있는 노래였다. 작곡가인 이트라이브가 애초 두 사람이 아닌 남성 듀오 원투에 줄 생각으로 남성적인 댄스곡으로 만든 노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무한도전’제작진의 가요제 곡 제작 요청이 오자 박명수와 제시카에게 돌아갔고, 남녀 듀엣곡으로 탈바꿈됐다. 노래가 방송을 탄 후 인기가 뜨겁자 두 사람은‘냉면’ 후속곡 ‘우동’을 내자는 제안도 받았지만, 거절했다. 이후 박명수는 제시카가 아닌 카라 멤버였던 니콜과 다음해인 2010년 여름에 ‘고래’란 여름 댄스곡을 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고래’도 ‘냉면’을 만든 작곡가가 제작한 노래였다.
▦유재석 이적 ‘말하는 대로’-‘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2011)
유재석이 “댄스곡이 좋다”고 해 가요제 본무대에서는 ‘압구정 날라리’를 불렀지만, 곡에 대한 반응은 스페셜 무대에 나온 발라드곡 ‘말하는 대로’가 훨씬 뜨거웠다. 가수의 앨범으로 따지면 타이틀곡보다 다른 수록곡이 더 빛을 본 경우다. 흥겨운 댄스곡이 주로 주목 받았던 ‘무한도전’가요제 특성을 고려하면 특이한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비결은 가사에 있다. 이 노래는 유재석이 무명 시절에 겪었던 고충을 담아 곡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나 스무 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눈을 때면 내일 뭐하지. 내일 뭐하지 걱정을 했지’란 가사는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불안한 청춘을 위로하는 ‘힐링송’으로 인기를 누렸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에 이적의 애잔한 피아노 연주가 덧입혀져 곡의 서정을 더했다. 이를 두고 윤종신은 “이적은 감동 장사꾼”이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유재석과 이적은 두 곡에 대한 인기 덕에 CF도 찍었다. 대신, 광고료는 전액 기부했다.
▦정형돈 정재형 ‘순정마초’-‘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2011)
월드음악계에서는 입소문이 난 음악인 고상지의 반도네온연주에 26인조의 오케스트라. 정형돈과 정재형이 부른 ‘순정마초’는 ‘무한도전’ 가요제의 ‘블록버스터’였다. 숙제는 대중성이었다. 정재형이 낯선 탱고 음악에 ‘달밤의 미스터리 옴므파탈’식의 난해한 가사를 써 정형돈을 당황시켰다. 정형돈의 “쓸 데 없이 고퀄(고퀄리티)”이란 비난을 들으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은 정재형의 ‘음악자부심’은 결국 통했다. 곡을 못마땅해하던 정형돈이 노래 끝부분에 “순정마초”라는 절규를 애드리브로 넣어 비장미를 살리며 노래에 애정을 보였다.‘순정마초’는 두 사람을 ‘스타 남남 커플’로 만들었다. 인기의 상징이라는 통신사 CF까지 찍었다. 누구보다 빛을 본 건 정재형이다. 베이시스 활동 후 파리로 피아노 유학을 가 다소 대중과 음악적으로 멀어진 그는 어설프면서도 꾸밈없는 모습으로 ‘예능 대세’가 됐다.
▦정형돈 지드래곤 ‘해볼라고’-‘자유로가요제’(2013)
‘형도니가 랩을 한다 호옹 호옹 호옹/지용이가 랩을 한다 호옹 호옹 호옹~’
‘적(?)과의 동침’은 강렬했다. “보고 있나, 지드래곤?”평소 지드래곤의 패션 감각 등을 지적하며 그를 도발해온 정형돈과 지드래곤이 만나 음악성과 웃음을 모두 잡았다. “나랑 해서 뜨고 싶어?”정형돈의 출처 불명의 거만함을 참아가며 그와 작업한 지드래곤은 재치있는 가사에 특유의 독특한 래핑이 돋보이는 힙합곡을 만들어 흥을 살렸다. 서로 등을 맞댄 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등으로 들어올리는 약수터춤 등을 안무로 활용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폭발력은 컸다. 이들의 음악은 같은 해 11월 가온 디지털음원차트에서 월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은 같은 해 열린 MBC연예대상에서 베스트커플상을 받기도 했다. 지드래곤은 “올해 수많은 아름다운 커플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가장 잘 어울렸나 보다. 기분이 좋다”며 “진정한 사랑을 알게 해준 형돈이 형에게 감사하고 (정형돈의) 형수님께 죄송하다”고 능청을 떨었다. 지드래곤의 말에 정형돈은 “더욱 더 아름답고 예쁜 사랑하겠다”고 농을 더해 웃음을 줬다. 정형돈과 지드래곤의 노래는 전지현이 드라마‘별에서 온 그대’에서 차를 운전하며 “천송이가 랩을 한다, 송송송~”이라고 패러디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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