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53일만에… 소통형 정치인 評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 친박계 핵심 현기환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청와대의 국회 소통 창구인 정무수석직은 조윤선 전 수석이 공무원연금 개혁이 진통을 겪는 과정에서 물러난 이후 53일 동안 공석이었다.
현 수석은 선이 굵은 소통형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부산 출신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사석에서 호형호제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이고, 18대 국회에서 함께 활동한 쇄신파 의원들과도 가까워 얼어붙은 당청관계를 풀 적임자라는 평이 나온다. 언론관계도 좋은 편이다. 그는 “내가 버려져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며 19대 총선을 네 달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친박계 중진 물갈이론에 힘을 싣는 등 여러 차례 박 대통령에 대한 두터운 충성심을 보였다.
박 대통령이 현 수석을 택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현 수석은 정무감각과 친화력,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어 정치권과 소통하는 등 대통령을 정무적으로 원활하게 보좌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현 수석은 19대 총선에서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직후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아 당에서 제명됐다가 검찰 수사가 무혐의로 결론나면서 2013년 당적을 회복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부산 사하갑)를 되찾아 권토중래하려 했지만, 일단 박 대통령을 돕는 쪽을 택했다. 그는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부산시장 경제특보 등을 지냈다.
현 수석은 박준우ㆍ이정현ㆍ조윤선 전 수석에 이어 현 정부의 네 번째 정무수석이다. 전직 외교관인 박 전 수석을 제외한 세 사람이 모두 초선의원 출신이다. 노련한 정치력을 갖추고 여당 지도부와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중진의원 출신 인사에게 정무수석을 맡겨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았으나,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정치적으로는 경량급인 정무수석을 택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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