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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꼭 해야겠다" 대학가 언더 학보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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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꼭 해야겠다" 대학가 언더 학보 열풍

입력
2015.07.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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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측 과도한 검열에 반기, 캠퍼스 기업화 위기감도 반영

성대생들 3년 전 자비 통해 대항 언론 '고급찌라시' 발간

중대ㆍ국민대 등서도 목청 키워… 학교와 강제 수거ㆍ법적 다툼도

대학 행정에 반기를 들고 학생들이 독자 발간하는 성균관대 독립 학보 제호.
대학 행정에 반기를 들고 학생들이 독자 발간하는 성균관대 독립 학보 제호.

대학 행정에 반기를 들고 학생들이 독자 발간하는 중앙대 독립 학보 제호.
대학 행정에 반기를 들고 학생들이 독자 발간하는 중앙대 독립 학보 제호.

지난 1일 한 소셜 펀딩 프로젝트가 마감됐다. 목표액(50만원)보다 4만원이 더 걷혔다. 사회적 모금 취지는 ‘고급찌라시 2015-2학기 발간’이다. 이 찌라시는 성균관대 학생들이 학내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학교가 지원할 생각도, 학생기자 스스로도 지원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일종의 언더, 독립 학보다. 고급찌라시가 기말고사가 한창인 지난달 모금운동에 나선 것은 신문 1회 발행 시 14만~17만원의 인쇄비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고급찌라시 제작을 하고 있는 한 학생은 “모금이 안될 때에는 운영비용의 90% 이상 학생기자들 자비로 충당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고급찌라시를 누가 제작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들은 ‘말 많은 막걸리’, ‘달과 6천원’, ‘물망초’, ‘단풍잎’, ‘개강 그리고 재수강’등 필명으로 기사를 쓴다. 왜 이런 비밀주의를 택하는 것일까. 고급찌라시 측은 “학교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다 보니 불이익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사작성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성대의 고급찌라시가 창간된 것은 2012년. 재단인 삼성과 관련된 기사, 비정규직 교수노조 분회장 인터뷰 게재 등으로 학교측이 학보 발행을 여러 차례 중단시키거나 기사를 내리자 대항언론으로 탄생했다. 기존 학보가 “대학의 홍보지화 됐다”며 검열 없는 자치언론을 만들겠다는 게 취지였다. 고급찌라시 관계자는 “누군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알아야 할 소식을 막는 건 공공성을 추구하는 대학이 해선 안될 행동”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학 측은 언론 자유를 막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성대 관계자는 “학교를 비판할 수 있지만 정확한 정보로 써야 한다고 본다”며 일방적이거나 왜곡된 방향이 없지 않다는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언더 학보의 발간은 비단 성대만의 일은 아니다.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의 박사논문 표절 검증 문제로 학교 측을 비판했던 기자들이 강제해직 등을 당하자 만든 국민저널(국민대)을 비롯, 잠망경(중앙대) 외대알리(한국외국어대) 성신퍼블리카(성신여대) 연세통(연세대) 등 웬만큼 이름 있는 대학들에 이른바 독립 대학신문이 생겨났다. 강제 수거 논란이나 학교 측의 법적 대응 등 갈등도 잦다. 성신퍼블리카는 총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다 취재원 공개를 학교 측으로부터 추궁 당하고, 학교측의 업무방해 고소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1980년대 민주화 투쟁시기에 등장했던 찌라시, 언더 학보가 30년이 지난 요즘 여기저기서 재등장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대부분 학교 측과의 편집권 갈등을 겪은 끝에 탄생했지만 근본 배경은 대학의 기업화, 상업화와 맞물려 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시대 아픔을 함께하며 변화를 선도했던 대학이 이제 주식회사처럼 변모해 소비만을 선도하고 있다”며 “대학 독립신문의 등장은 기업화한 대학의 위기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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