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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무도' 스포일러 너무합니다

입력
2015.07.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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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방송된 '무한도전'의 자유로 가요제의 한 장면. MBC 제공
2013년 방송된 '무한도전'의 자유로 가요제의 한 장면. MBC 제공

“범인은 절름발이다.” 할리우드 스릴러 ‘유주얼 서스펙트’(1995)가 극장에서 상영 중일 때 지나가던 버스 안의 한 승객이 매표소 앞에 줄을 선 사람들에게 던졌다는 말은 오랫동안 극장가의 화제였다. ‘유주얼 서스펙트’가 품고 있는 서스펜스의 99%에 해당한다 할 수 있는 비밀을 알려줬으니 예비 관객들에게는 김이 새도 한참 샐 폭로다.

“범인은 절름발이다”의 유사 버전으로는 “미도가 딸이다”가 있다. 국내영화 ‘올드보이’(2003)의 막판 반전을 담고 있는 표현이다. 지금이야 ‘올드보이’ 내용을 모르는 영화팬들이 거의 없겠으나 ‘올드보이’ 개봉 초기 이 말을 듣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30분 정도 물에 불린 컵라면을 먹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자나 평론가들은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위해 기사나 평론을 쓸 때 영화의 반전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를 쓴다. 글의 맥락과 목적상 어쩔 수 없이 내용을 상세히 알리게 된다(‘스포일러’ 행위라고 흔히 지칭한다)면 글의 앞줄에 ‘스포일러 포함됐으니 주의’라는 경고문구를 넣곤 한다. 영화에 대한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면서도 최대한 관객을 존중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문구다.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무도’)을 두고 10일 때아닌 ‘스포일러’ 논란이 일었다. 한 매체가 11일부터 방송될 ‘무도 가요제’ 내용 일부를 이날 보도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비롯해 온라인이 뜨거워졌다. 앞의 매체는 무도 가요제의 핵심이라고 할 출연진 내용과 구성원을 이날 상세히 보도했다. 무도 가요제가 방송되기도 전 주요 내용이 알려졌으니 팬들이 거세게 반발할 만도 하다. 열성 팬들에게는 “범인은 절름발이”에 버금갈 행위다. 무도 가요제는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로 첫 선을 보인 뒤 2009년 올림픽대로 가요제,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2013년 자유로 가요제 등 2년에 한 번씩 ‘무도’ 멤버들과 가수들이 어우러진 행사로 치러졌다. ‘무도’의 인기 상품 중 하나인데 시작도 하기 전부터 김이 샜다.

‘무도’ 제작진도 이날 “시청자가 직접 방송으로 즐길 수 있도록 스포일러 기사는 자제해 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네티즌들은 SNS와 관련 기사 댓글에 “영업 방해에 해당한다” “기자를 고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분통을 터트렸다. ‘시청자들을 화나게 하는 특종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하루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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