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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우리 경제, 시간이 별로 없다

입력
2015.07.1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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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2%대 성장에 머물 한국 경제

중국과 그리스 리스크 등 첩첩 악재

약화된 우리 경제실력 자체가 문제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춰 잡았다. 지난해 4월 2015년 경제성장률을 연 4.2%로 예측한 이후 4차례에 걸쳐 1.4%포인트나 깎아 내린 수치다. 한은은 수출부진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가뭄 등이 성장률을 까먹는 변수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망치도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경기부양책들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를 상정한 것이다. 이마저도 달성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뜻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다시 3%대 이상 성장률로 복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연간 경제성장률이 3%에 못 미친 것은 5번밖에 없었다. 이들 모두 오일쇼크, 외환위기, 카드사태, 글로벌금융위기 등의 뚜렷한 원인이 있었고 모두 1~2년 안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2012년부터는 특별한 외부의 충격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2%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성장동력이 식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의 성장저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며 우리 경제는 2%대 성장기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안팎으로 악재투성이다. 당장 우리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보다 5% 감소했다. 1월부터 6월까지 수출과 수입액을 합산한 무역총액이 5,000억 달러에 못 미친다. 2011년 이후 매년 무역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으나 이 추세로는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엔ㆍ유로화 약세로 인해 제품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급속한 인구고령화와 가계부채 부담으로 인한 내수부진도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상황도 비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3%로, 미국의 성장률을 3.1%에서 2.5%로 낮춰 잡았다. 세계 교역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채권단과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유로존의 경제회복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중국 리스크도 커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경제와는 이미 한 몸이다. 증시 폭락에서 보듯 중국 발 위기는 세계경제를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 당장은 중국 정부가 ‘모르핀 처방’을 통해 반등을 시켰지만, 정부가 시장을 끝내 이기기는 어렵다.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 부동산 거품이 터질 수 있고, 내수가 줄어들면서 세계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아예 중국 경제 자체를 회의하는 견해도 나타나고 있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중국의 성장동력인 수출이 부진하고 다른 아시아 통화와 비교해 위안화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의 예정된 금리인상에도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으나, 그래 봤자 몇 개월의 시차가 날 뿐이다. 게다가 엔화 약세의 장기화는 우리 기업의 수출에 지속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여러 경제연구소들마다 다급한 처방들을 쏟아낸다. 추경 등 재정지출을 통한 부양정책을 필두로, 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고, 수출 진작을 위해 원화 환율을 안정시키라는 것 등이다. 물론 재정지출은 경기하락을 저지하는 일시적 방편은 될 수 있다. 하지만 성장저하가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재정지출 확대는 자칫 성장률 제고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국가부채만 키울 수도 있다.

무작정 돈 풀 것이 아니라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방안을 수립하고, 도리어 재정건전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 처방이 될 수 있다. 내수기반을 키우는 것도 그 중요한 한 축이다. 지금은 대증요법으로 고비를 넘긴다고 해서 한숨 돌릴 상황이 아니다. 나날이 고갈돼 가는 우리 경제의 실력과 체력 자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회복시키지 못하면 작은 악재에도 점차 버티기 어렵게 된다. 정부와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 모두 큰 그림을 그리는데 매달려야 한다는 뜻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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