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설치 책임은 인정 안 해
버스 사업자는 휠체어 승강설비를 마련해 장애인에게 승하차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법원은 다만,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 정책을 추진토록 명령하는 것은 사법 영역 밖의 일이라며 국가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법원 민사합의46부(부장 지영난)는 10일 뇌병변장애 1급인 김모씨 등 5명이 국토교통부와 버스회사 2곳 등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금호고속은 시외버스에, 명성운수는 광역급행형, 직행좌석형, 좌석형 시내버스에 원고들이 휠체어로 타고 내릴 승강장비 편의를 제공하라”고 밝혔다. 이번 법원 판결로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여, 버스 사업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이어 국토부가 휠체어 승강장치 설치 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도 차별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국토부에 이 같은 정책 추진을 강제해달라는 원고들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행 교통약자법 시행령은 이동편의시설 도입 기한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적극적 조치를 명하는 것은 법원의 구제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태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은 “민간사업자의 책임만 인정한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국가가 책임을 다할 때까지 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5월 “미국, 영국은 모든 고속버스에 휠체어 승강 설비를 100% 설치했다”며 국토부 장관에게 고속·시외버스의 휠체어 리프트 설치 의무화를 권고했다. 현재 전국 고속·시외버스 9,500여대 중 저상버스는 한 대도 없으며, 휠체어 승강 설비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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