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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패로 얼룩진 기무사, 뿌리부터 뜯어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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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패로 얼룩진 기무사, 뿌리부터 뜯어 고쳐야

입력
2015.07.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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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기무사령부 소속 해군 장교가 중국에 군사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장교는 중국연수 중이던 2013년부터 알게 된 중국인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군사비밀과 군사자료를 무더기로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기밀자료를 외장메모리(SD)카드에 담아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접선해 전달하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보안 업무의 핵심인 기밀 유출을 막아야 할 기무사 장교가 거꾸로 돈을 받고 기밀을 빼돌렸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더 기가 막힌 건 군 당국의 태도다. 기무사와 국방부, 군 검찰은 이 사건을 한 달간 수사해왔지만 제대로 밝혀낸 게 없다. 기밀자료를 건네 받은 인물에 대한 정확한 신원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중국 기관 요원으로 알려졌지만 “단정할 수 없다”고만 했다. 북한 연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군 수사당국의 무능으로 인한 부실 수사도 심각하지만, 기무사와 국방부가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하는 것이라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 안보의 보루인 기무사가 밑바닥에서부터 큰 구멍이 생겼는데 비호하고 감싸는 데 급급한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다.

기무사의 기강 해이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는 경보음은 이미 여러 차례 울렸다. 앞서 4월에는 무기중개업체인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에게 군사기밀을 팔아먹다 기무사 서기관과 4급 군무원이 구속됐다. 5월에는 기무사 전ㆍ현직 간부가 탄창 3만 개를 레바논의 밀매업자에게 공급하다 구속됐다. 지난해 3월에는 북한의 무인기가 연이어 발견됐지만 기무사가 국방부에 무인기와 북한의 연관 가능성을 조기에 보고하지 않아 논란이 벌어지고 했다. 군사보안과 대간첩 분야 등 핵심 임무 수행에 큰 구멍이 뚫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무사의 잇단 비리는 수십 년간 군내 권력기관으로 자리잡으며 폐쇄적인 조직을 유지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견제 장치가 없도록 놔둔 것이 조직을 곪고 부패하게 했다.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박근혜 정부에서만 기무사령관이 세 번째 임명된 것은 기무사가 권력화, 정치화됐다는 방증이다. 정권 실세들간의 권력 암투와 인사 개입이 기무사를 비정상적인 조직으로 만들었다.

기무사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조직과 인사 등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내부의 자정과 개혁작업을 기대할 단계는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방산과 군납비리를 이적행위로 규정했다. 기무사의 부패는 이적행위 중에서도 최악이다. 기무사까지 이런 꼴이라면 대한민국 군의 안보는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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