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영, 5년 만에 본인 기록 깨
귀화 선수 발탁 찬성 측에 경종
김국영(24ㆍ광주광역시청)의 100m 한국신기록 경신이 마라톤계에 적잖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국마라톤은 최근 ‘외국인 귀화 후 국가대표 발탁’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김국영은 9일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남자 100m 준결선 경기에서 10초16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5년 만에 자신의 10초23 한국최고기록을 0.07초 앞당겼다. 앞서 김국영은 2010년 6월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서말구의 한국기록 10초34를 무려 31년만에 갈아치웠다.
한국마라톤 최고기록은 2000년 도쿄국제마라톤에서 이봉주가 세운 2시간 7분20초다. 외국인 귀화 후 대표 선발에 찬성하는 측은 한국마라톤이 15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메기효과다. 미꾸라지만 있는 어항에 메기 한 마리만 풀어 놔도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뛰어난 외국인 선수와 경쟁하다 보면 국내 선수들의 기량도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11년 정진혁(25ㆍ한국전력)이 2시간 9분대를 기록한 이후 10분벽을 돌파한 선수가 한 명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오히려 귀화선수로 인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국내 중장거리 선수들의 싹을 잘라버릴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외국인귀화 선수가 모든 대회를 싹쓸이해 국내선수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메기효과의 충격요법은 말잔치에 불과하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육상인들은 실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귀화선수로 거론되고 있는 케냐 출신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의 마라톤 최고기록은 2시간 5분대이다. 현재 대표팀 마라토너들은 2시간 10분벽을 넘기에도 벅찬 발걸음이다. 이쯤 되면 한국마라톤은 에루페의 독무대에 비단을 깔아준 것과 다름없다.
황영조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도 1936년 손기정 선생의 금빛 질주 이후 56년 만에 나온 쾌거다. 육상 강국 중국과 일본도 올림픽 남자마라톤 금메달은 손에 넣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귀화선수 대표팀 발탁을 내세우지 않는다. 일본은 10여년 전부터 케냐 등 아프리카 선수를 데려와 자국의 과학 마라톤을 접목시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사무엘 완지루(케냐)가 대표적이다. 완지루는 어린 시절 일본으로 건너와 10년간 활동하면서 일본문화는 물론 일본어도 능통했다. 한 육상인은 “일본 육상연맹이 올림픽 메달과 기록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진즉 완지루의 귀화를 서둘렀을 것이다”며 꼬집었다. 그는 이어“100m 한국기록이 5년 만에 경신되었기에 다행이지 마라톤처럼 10년 이상 정체됐더라면 외국인 귀화선수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또 다른 육상인도 “한국 마라톤이 조급증에 걸린 것 같다”며 “너무 기록 운운하지 말고 차분히 기다려주는 느긋함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주=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