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 가능성이 없는데도 무의미하게 실시하는 연명치료의 결정권을 환자 본인이 미리 정할 수 있는 이른바 웰다잉(Well-dying)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대표 발의로 제안된 ‘호스피스ㆍ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연명 치료여부를 사전에 결정할 수 있고, 의사 표시가 불가능한 임종 단계 환자의 경우 가족 전원 합의와 의사 2명의 확인을 거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직접 제기한 첫 입법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는 두 가지 큰 사건을 겪으면서 연명치료 중단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 왔다. 환자 보호자의 요구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한 의료진에게 살인방조죄 판결을 내린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폐암 조직검사 중 식물인간이 된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한 자녀들에게 승소판결을 내린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이 그 것이다. 특히 가족의 ‘의사 추정’을 본인 의사로 갈음해 인정한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특별위원회는 2013년 주치의를 포함한 의사 2명이 환자가 의학적으로 회생 불능상태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번 법안은 이 권고안을 토대로 의료계, 법조계, 환자단체, 종교계 등의 입장을 종합한 것으로 한층 진일보한 것이다.
법안이 사회적 논의를 거쳤다고는 하나 논란은 여전한 것은 환자 가족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본인 의사와 무관한 결정을 내릴 소지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생명연장이 가능한데도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윤리에 반한다는 지적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권고안 입법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연명치료 관련 법안 3건도 모두 폐기됐다. 하지만 연명치료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인식이 존엄사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4년 노인실태조사를 보더라도 65세 이상 노인 10명중 9명이 연명치료를 원치 않고 있다. 이미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법을 운용 중인 미국, 대만,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의 사례에 비춰 우리의 법안 발의는 오히려 뒤쳐진 감마저 있다.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다양한 토론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각계의 우려를 차단할 안전 장치를 보완하는 등 후속 조치는 물론, 보다 폭넓은 의견 수렴도 이뤄져야 한다. 존엄사 논의가 본격화한 지 18년 만에 결실을 거둔 입법안이 최종 법제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