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관서 직접 나서 대량 매입
공안은 투자자 공매도 혐의 조사
일시적 효과에도 불안 심리 여전
“A주 보위전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참전하라.”
최근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 기차역 대형 전광판에 내 걸린 구호다. A주란 위안화로 거래되는 중국 내국인 전용 주식을 일컫는다. 증시 살리기에 나선 중국 정부를 돕기 위해 한 기획사가 ‘공익광고’ 형식으로 애국심까지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정부의 ‘주가 떠받치기 총력전’에 증시가 이틀 연속 급등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사실상 국가가 직접 나서 주식을 사들이고 사정기관까지 동원해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윽박지르면서 끌어 올린 ‘중국특색증시대책’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상하이(上海)종합지수는 9일 5.76%나 상승한 데 이어 10일에도 4.54%나 올라, 3,877.80포인트로 마감됐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1,300개에 가까운 종목이 가격 제한폭(10%)까지 치솟았다. 상하이와 선전 거래소에 상장된 총 2,800여개 종목 중 1,500개에 가까운 종목이 거래 정지 상태임을 감안하면 거래가 가능한 주식의 90% 이상이 상한가를 친 셈이다. 9일 장중 최저점인 3,373.54와 비교하면 상하이종합지수는 이틀 사이 무려 15%나 튀어 오른 것이 된다.
연 이틀 상승으로 지난 한 달 동안 30% 이상 하락하며 공포감이 엄습했던 시장은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다. 중국 언론들은 ‘국가팀’(國家隊)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재신망(財新網)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 증권금융공사가 최근 증시를 살리는 데 총 4,000억위안(약 72조원)의 자금을 썼다고 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영 은행들은 증권금융공사에 이 자금을 단기 대부해 줬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8일 각 기관의 불용 및 회수 자금 2,500억위안(약 45조원)을 긴급 영역에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주식저당방식으로 21개 증권사에 2,600억위안의 신용을 제공했다. 특히 증감회는 상장사 지분 5% 이상 대주주와 고위 임원들의 지분 매도를 잠정 금지시켰다.
급기야 공안(경찰)도 동원됐다. 중국증권보는 10일 최소 10개 기관과 개인 투자자가 악의적인 공매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경보는 “공안부 부부장이 수사팀을 이끌고 주식 시장의 이상 현상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주식 시세판이 새빨갛게 물들면서 시장에선 혹독한 조정이 끝난 것 아니냔 기대가 나온다. 반대 매매로 폭락장을 이끌었던 주식신용거래액이 평상 시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긍정적 신호다. 이날 매수 주문액은 매도 주문액의 20배를 넘어 극적으로 바뀐 분위기를 대변했다. 그러나 반짝 반등한 뒤 다시 폭락장이 이어졌던 2008년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냔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시 6,000선을 돌파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1년 만에 2,000선까지 붕괴됐다. 당국이 쏟아 낸 증시 부양책의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등 실물 경제가 계속 악화하고 있는 것도 근본적인 불안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 증시의 공황은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무려 4조위안의 부양책을 쓴 데 뿌리가 있다고 10일 지적했다. 한 증권사 인사는 “다음주중 거래 정지 상태인 종목의 매매가 재개된 후에야 추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급락과 급등이 반복되고 하루 변동성도 너무 크다는 것은 그 만큼 시장이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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