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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동창 모임

입력
2015.07.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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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몽골에 있는 동창에게서 ‘동창 모임 있는데 올 수 있나? 보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가 왔다. 요즘은 카톡, 페이스북 등 SNS가 발달해 흩어져 있는 친구 및 동창들 소식을 알고는 지냈지만 얼굴을 한번 보고 싶었다.

우리 동창들은 페이스북에 그룹을 만들어 각자의 소식 알리면서 서로 소통을 하고 있다. 고향에 있는 친구들끼리 자주 모이고, 운동했던 친구들은 농구팀을 꾸려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그곳에 올리기도 한다. 25년이나 지났지만 온라인에서 본 여전히 그때 그 시절의 장난기 어린 얼굴이 남아있는 친구들은 누구나 다 반가웠다. 그 친구들과 한번쯤은 얼굴을 마주보고 앉아 수다 떨고 학창시절 이야기나 지금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하지만 쉽게 찾아가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아쉬웠다.

한국 사람들도 동창 모임을 열심히 한다. 어떻게 보면 몽골보다 더 발달 되어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 동창회가 다 따로 있을 뿐 아니라 선후배 관계도 잘 만든다. 고등학교 졸업 후 10년 정도 넘으면 서로 궁금해하기 시작하는 것인지, 내 남편도 동창 모임을 나가고 카톡, 밴드 등을 통해 동창들의 소식을 환히 알고 지낸다. 명절에 시댁을 방문하면 마을 입구에 ‘○○학교 동창들아 고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고 조심히 다녀가라. ?○○학교 동창회-’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 자체만으로 먼 길 달려온 피곤이 풀리고 얼굴에 미소가 생긴다. 그 모습이 어찌나 부러운지.

인간은 누구나 나와 같은 시기에 살고 나와 같은 추억이 있는 사람들끼리 소통하고 관계를 가지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나와 옛 추억을 나눌 수 있고 그 시절의 감성에 공감해 눈을 반짝이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신이 난다. 그러나 나처럼 다른 나라에서 시집 와서 사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경험해온 정서와 환경이 달라 한국에 시집 왔다는 하나의 공통점 밖에 없다. 주변의 또래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잘 지내지만 그들이 학창 시절 및 옛 이야기를 할 때는 공감하며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 나에게는 그 시절의 추억과 정서가 없기 때문이다.

나와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은 아주 멀리 있다. 그 시절의 추억과 정서를 되살려 나누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때는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아 슬픔이 몰려온다. 아이들이 커가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고향에 갈 기회가 제법 생기고 그럴 때 하루 이틀 정도는 그리웠던 동창도 만날 수 있다. 그 동안 못했던 악수와 포옹을 하고 얼굴을 마주보고 마음껏 수다 떠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친구들이 멀리 시집갔다고 나에게 특별히 신경 써주면 그간의 서러움이 가시고 그 누구도 채워주지 못했던 위로의 손길로 텅 빈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찬다. 동창들이 나를 잊지 않고 모였을 때마다 내 이야기를 하고 항상 나를 보고 싶어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처럼 먼 곳에 가서 사는 친구들도 가끔씩 와서 동창 모임에 참여하고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만 혼자서 외로운 타국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구나, 우리 모두 어디에 있건 동창들은 언제나 한 마음으로 함께 열심히 살고 서로 위로해주고 있구나 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 이후로 한국에 살면서 또래 한국 친구들,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서로 옛 추억을 알려주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20~30년이 지난 후에 이 시대의 추억과 공감된 감성을 나누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날들이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겠지만 그 모든 날들이 추억이 되어 함께 나누며, 삶의 지혜가 되어 미래를 비추길 기대한다. 열심히 삽시다, 나의 동창들이여!

막사르자의 온드라흐 서울시 외국인부시장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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