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당시 비행기 납치범과 싸우던 미국 정신은 어디로 갔나요?’
청소년이 대낮 지하철 열차에서 시비가 붙어 청년을 칼로 찔러 죽이는데도 주변에 있던 10여명 목격자들이 말리지 않은 것을 두고 미국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독립기념일(4일) 낮 워싱턴시 지하철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제스퍼 스파이서(18)의 흉측한 범행을 열차에 탄 10여명 시민이 제지하지 못한 것을 두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스파이서가 대학생 케빈 서덜랜드(24)를 때리고 30, 40차례 칼로 찔러 살해하는 과정을 주변의 10여명 승객이 지켜보기만 했던 것. 특히 이들 중에는 총을 소지한 사람도 있었다.
주요 사회이슈에 대해 네티즌들이 의견을 주고 받는 레딧(reddit.com) 등에서는 이 사건을 사람들이 많을수록 곤경에 빠진 이를 돕지 않는 ‘방관자 효과’의 전형적 사례라고 소개하며, 당시 목격자들의 무책임함을 비난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도 “미국 사람들이 언제부터 인간성 동정심 의무감이 없는 존재가 되었느냐”고 한탄하는 독자들의 편지가 잇따르고 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실제 상황에서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부인과 함께 문제의 열차에 탄 한 남성은 “칼을 든 범인이 ‘입 닥쳐’라고 말하는데, 내 목숨을 걸고 어떻게 범행을 제지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경찰과 범죄 전문가들도 급박한 상황에 마주하지 않은 채 피상적으로 판단하는 일반인들의 주장은 ‘거짓 용기’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범죄 목격자들은 무기를 소지한 범인과 마주하지 않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워싱턴시 경찰당국도 “열차 안 목격자들의 행동은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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