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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가 5명 "내 여행 가방에 넣고 싶은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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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가 5명 "내 여행 가방에 넣고 싶은 책은…"

입력
2015.07.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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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는 채우기와 비우기의 연속이다. 가뿐한 발걸음을 원하면서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필수품을 골라내느라 출발 직전까지 고민이 거듭된다. 여행을 사랑하는 다독가들에게 여행 가방 속에 넣고 싶은 책 목록을 물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 윤성근씨는 토마스 만의 장편 ‘마의 산’과 제임스 A 미치너의 ‘소설’을 추천했다. ‘마의 산’을 추천한 첫 번째 이유는 길다는 것. 1,2권 합쳐 1,300쪽이 넘는 대장편으로, 여행지에서 볼거리가 없을 때 지루함을 달래기에 적합하다. 한 청년이 요양소에 있는 사촌을 찾아갔다가 병에 감염돼 눌러 앉으며 벌어지는 내용으로, 요양소가 자리 잡은 스위스의 탁 트인 풍경 묘사를 보는 것만으로 여행지 속 또 다른 여행지를 만끽할 수 있다.

‘소설’은 한 작가가 소설책을 출판하는 과정을, 소설가, 편집자, 비평가, 독자, 네 명의 화자를 통해 전달하는 독특한 책이다. 뒤늦게 빛을 본 노작가와 엘리트주의를 맹신하는 비평가, 완고한 독자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한국 문학계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윤씨는 “최근 표절이나 문학권력 문제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데, 소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진지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장르소설 전문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는 홍콩 작가 찬호께이의 단편집 ‘13.67’을 추천했다. 13과 67은 각각 2013년 1967년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 사이에 벌어진 여섯 건의 연속성 있는 범죄 사건이 소설의 내용이다. 미국 범죄나 일본 범죄와 달리 홍콩 범죄에서만 풍기는 누아르의 향기가 30~40대 독자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김 대표는 “주윤발의 버버리 향취 물씬 풍기며,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홍콩에서 날아온 안락의자 탐정의 사건 해결부”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여행작가 김남희씨는 장 크리스토프 뤼팽의 ‘불멸의 산책’과 존 버거의 책들을 추천했다. ‘불멸의 산책’은 프랑스 역사가이자 의사이자 외교관, 소설가인 저자의 산티아고 순례기다. 김씨는 “사람들의 걷는 모습에서 지적 허영이나 허세를 냉소적으로 관찰해 내면서도 프랑스 지성인들의 전통을 보여주는 듯한 깊은 종교ㆍ철학적 사유에 이르는 책”이라며 “독자를 킥킥거리게 하는 유머도 겸비해 적절한 무게감과 빼어난 가독력을 지녔다”고 호평했다.

존 버거의 작품 중에는 ‘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A가 X에게’, ‘킹’ 등을 모두 좋은 책으로 꼽았다. 김씨는 “특히 ‘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는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정치적인 산문”이라며 “노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킹’은 공간에 대한 전혀 다른 상상력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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