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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나면 끝? 질문하고 비교하는 소통도 필요해요

입력
2015.07.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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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통해 신분제 흔들리는 시대 읽을 수 있어

화가의 의도 담은 그림의 속뜻도 토론 등 다양한 활동으로 느껴 봐야

재미로 북적이는 옛 그림 길. 최석조 지음. 시공주니어 발행.
재미로 북적이는 옛 그림 길. 최석조 지음. 시공주니어 발행.

한국일보는 한우리독서토론논술과 함께 ‘맛깔 나는 책이야기’를 전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한 권을 선정하고, 책이 전하고자 하는 뜻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면서 즐겁게 독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재미로 북적이는 옛 그림 길’(최석조 저, 시공주니어 펴냄)입니다.

급식을 마친 아이들의 식판에서 남겨진 콩과 당근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콩은 비려서 싫고 당근은 물컹해서 싫다고 합니다. 만약 그림을 급식으로 내놓는다면 아이들은 우리 옛 그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마도 고리타분하다며 한쪽으로 제쳐 놓을 가능성이 큽니다. 유아 때부터 접한 동화책은 서양화 일색이고, 미술교육에 쓰이는 도구도 대부분 서양 화구입니다. 이러니 우리 옛 그림은 서양화보다 낯선 비릿한 콩 같고 삼키기 힘든 당근 같은 존재가 돼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영양가 많은 콩과 당근을 먹이고 싶다면 좀 더 친숙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미로 북적이는 옛 그림 길’에는 다양한 우리나라 옛 그림들이 나옵니다. 이 책은 조선 시대 그림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돕기 위해 네 길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옛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풍속화가 담긴 ‘마을 길’, 친숙한 동물들을 그린 영모화가 나오는 ‘골목길’, 재치 넘치는 만화가 있는 ‘웃음 길’, 외모뿐만 아니라 마음씨까지 담아낸 인물화를 감상하는 ‘마음 길’로 나누었습니다. 그럼 비릿한 콩 같은 옛 그림을 어떻게 보면 재미있고 친숙하게 감상할 수 있는지 저자의 안내를 받아보겠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축구에 전술이 있는 것처럼 그림에도 ‘구도’라는 전술이 있습니다. ‘구도’란 사람이나 사물을 그림 속에 배치하는 짜임새를 말합니다. 김홍도가 그린 ‘무동’은 사람들의 눈길을 쉽게 모을 수 있는 ‘원형 구도’를 썼습니다. ‘새참’과 ‘기와이기’에서는 ‘X자 구도’를 써서 정지된 장면에 생기를 불어 넣었습니다.

우리 그림에는 ‘여백’의 미가 있습니다. 김두량이 ‘긁는 개’를 배경까지 정확히 그렸다면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개의 움직임이 돋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여백이 있으므로 주된 사물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열린 공간을 통해 더 많은 부분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림1. 김홍도 '무동'
그림1. 김홍도 '무동'

옛 그림의 가치는 역사를 보여주는 데 있습니다. 김홍도가 그린 ‘서당’의 시대적 배경은 옷차림을 통해 양반과 상민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해, 신분제가 흔들리는 조선 후기 시대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카메라가 없던 시절, 그림은 마치 사진과 같은 역할을 해서 당시에 어떤 생활을 했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가 되는 것입니다.

어법상 그림은 ‘본다’가 맞지만 그림의 속뜻을 알기 위해서는 그림을 읽어야 합니다. 인물들의 표정과 동작을 읽고 사물이 놓인 상황을 읽어야 화가가 품은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김시의 ‘동자견려도’에서 장소와 배치를 읽을 수 있다면 나귀를 끄는 동자의 애타는 심정을 잘 알 수 있겠지요.

그림2. 김홍도 '기와이기'
그림2. 김홍도 '기와이기'

작가의 안내를 따라 그림을 읽다보니 어느새 우리 옛 그림이 잘 삶아진 콩처럼 구수해집니다. 사실 감상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게 작가의 말입니다. 그렇다고 제멋대로 감상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느끼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림과 그림의 제목을 자세히 봐야 합니다. 눈에 그림이 자세히 들어온다는 것은 맨눈으로는 힘듭니다. 그래서 앞에서 작가가 알려준 방법들을 활용하며 자기만의 감상을 즐겨야 합니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다양한 활동은 책의 의미와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이 책과 관련하여 적절한 독후활동을 소개합니다.

먼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감상하기’ 활동입니다. 여기서는 질문하기, 비교하기, 뜻 찾기 세 가지 방법으로 감상해 봅니다.

‘질문하기’는 책을 꼼꼼히 읽은 후, 다양한 질문거리를 만들어 그 답을 찾아봄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활동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법에는 그림 속에서 찾는 법, 화가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는 법, 화가가 살았던 시대 상황을 통해 알아보는 법 등이 있습니다. ‘비교하기’는 비슷하거나 대조되는 작품 두세 편을 함께 비교하며 감상하는 방법입니다. 누가 보아도 김득신의 ‘대장간’은 김홍도의 ‘대장간’을 모방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해 보면 그 작품의 개성을 알게 됩니다. ‘뜻 찾기’는 그림에 나오는 사물의 의미를 확인하며 작품에 담긴 뜻을 풀어 보는 활동입니다. ‘황묘농접도’에 나오는 사물들의 상징을 알면 이 그림은 ‘70~80살 된 노부부가 건강하고 오래 살면서 하시는 모든 일을 뜻대로 이루소서’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두 번째 활동으로 ‘토론’을 권합니다. 제4장 ‘마음 길’에선 ‘윤두서 자화상’이 나옵니다. 귀도 상체도 없이 오직 얼굴만 그려 있어 오랫동안 미완성작으로 보았는데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연구팀이 적외선으로 투사한 결과 귀 자국과 목탄으로 그렸던 상체를 발견했습니다. 만약 윤두서의 자화상을 복원한다면 어떨까요? 원작을 재현해 좋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원작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질지 의구심도 듭니다. 이런 문젯거리를 확장해 문화재 복원의 의의와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경복궁 재건, 숭례문 복원 등의 사례들을 검색해서 지식을 확장한 후, ‘문화재를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는 안건으로 토론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곧 다가올 여름방학에 전시장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활동이 될 것입니다. 대부분 미술전이 현대 미술과 서양화 일색이라 우리 그림을 접하기는 쉽지 않지만 앞서 살펴 본 감상법은 우리 옛 그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회화를 감상하는 데도 적용됩니다.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작품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만든 작가, ‘나’와 작가를 둘러싼 세계와의 소통입니다. 좋은 작품 앞에서 즐거운 소통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유합니다.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될 전시회들을 소개합니다.

◆가 볼 만한 전시회

▦간송문화전 4부 매.난.국.죽-선비의 향기/8월30일까지/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일반 8,000원 (초중고생, 65세 이상 25% 할인)

▦폴란드, 천년의 예술/8월30일까지/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성인 1만3,000원, 대학생 중고생 1만1,000원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8월7일~8월9일/삼성동 코엑스 D2홀/성인 8,000원, 어린이ㆍ청소년 5,000원

김은미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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