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친노 기득권 그대로 유지"
자체 추경안 놓고도 갈등 폭발
'국민희망시대' 중심 창당 선언
최고위원회와 사무총장직 폐지를 골자로 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의 2차 혁신안을 두고 야당 안팎의 후폭풍이 거세다. 현역 의원들은 물론 일반 당원까지 혁신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고, 강력한 혁신안의 반작용으로 구 민주당 계열 당원들의 집단 탈당도 현실화됐다. 여기에 갖가지 시나리오의 신당설까지 거론되는 등 야권의 혼란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 사무총장 이어 정책위의장 인선두고 충돌
2차 혁신안 발표로 논란의 중심에 선 최재성 새정치연합 사무총장은 9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혁신안을 적극 수용한다”며 “(사무총장직 폐지 이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헌신의 자세로 어떤 당직이라도 맡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 사무총장은 “당 지도부와 특별한 상의 없이 결정했다”며 자신의 결정이 당 지도부의 의지로 연계돼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최 사무총장의 발표가 혁신위 성공을 최우선 순위로 놓고 있는 문재인 대표의 입장을 고려한 결정일 뿐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비주류 그룹은 “최 사무총장이 수용하는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2차 혁신안이 현 (친노) 지도부의 기득권은 그대로 놔두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유성엽 의원도 “당 대표가 공천심사위원장을 임명하는 것에 대한 혁신위의 문제의식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사무총장에 이어 정책위의장을 둘러싼 친노와 비노의 갈등도 이어졌다. 표면적으로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강기정 정책위의장이 추경안을 두고 충돌한 것이지만 계파갈등의 연장선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열린 비공개 정책조정회의에서 자체 추경안을 논의하던 중 이 원내대표는 “의료기관 피해지원액을 좀 많이 하라고 했는데 왜 2,000억원만 했냐”며 화를 냈고 강 정책위의장은 “왜 열심히 준비한 것을 못 믿느냐”고 고성으로 맞섰다. 이를 두고 이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표를 향해 강 정책위의장 대신 최재천 의원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한 갈등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혁신위 분란에 당원 탈당, 신당설까지 흉흉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재선 의원들과의 간담회 직후 “혁신위는 그림을 그리며 한 조각 한 조각씩 맞춰가고 있다”며 “혁신안의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 아닌 이상 내용 변경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당내 거센 반발은 예상된 것이고, 큰 틀에서 혁신의 방향만 잡히면 세부 내용은 향후 보완하면 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혁신위의 강공 모드에 그 동안 탈당의 명분을 찾던 호남 지역 당원들이 가장 먼저 파열음을 냈다. 정진우 전 새정치연합 사무부총장과 복수의 호남 당원들이 ‘호남 민심 복원’을 주창하며 탈당을 발표하고, 자신들이 만든 ‘국민희망시대’를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민희망시대의 신당 선언과 맞물려 호남 중진인 박주선·천정배 의원을 둘러 싼 신당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박 의원 등은 “과거 인연은 있지만 그들과 신당을 만들 계획은 없다”는 취지로 국민희망시대와의 신당 창당설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당내에선 어떤 조합이든 호남 신당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날 이른바 ‘신당파’로 분류되는 박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 박준영 전 전남지사, 정균환 전 의원,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만찬회동을 갖고 혁신안을 강하게 비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혁신위 활동 종료 이후인 10~11월 야권 재편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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