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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황-송홍섭 무명 인디밴드들에 멘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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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황-송홍섭 무명 인디밴드들에 멘토링

입력
2015.07.0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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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상암동 문화창조융합센터 탤런트 스튜디오에서 기타리스 김세황(왼쪽 첫번째)과 베이시스트 송홍섭(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록 밴드 타이탄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문화창조융합센터 제공
8일 서울 상암동 문화창조융합센터 탤런트 스튜디오에서 기타리스 김세황(왼쪽 첫번째)과 베이시스트 송홍섭(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록 밴드 타이탄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문화창조융합센터 제공

“제가 듣기엔 별로입니다. 넬은 좋지만 넬 아류는 싫어요. 이미 너무 많아요. 스타일을 아예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유명 기타리스트 김세황의 조언에 무명의 인디 밴드 강석호밴드 두 멤버의 얼굴이 굳어졌다. “잘생겼으니 잘 꾸미면 여고생 팬들이 100명은 졸졸 따라다니겠다”는 칭찬은 기억에 남지도 않았을 것이다. “작곡이나 연주는 잘해요?”라는 질문에 멤버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별로”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세황은 “소양을 잘 갖췄으면 좋겠다”는 말로 짧은 조언을 마무리했다.

8일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 1층에 위치한 문화창조융합센터 탤런트 스튜디오는 화기애애하면서도 긴장이 감돌았다. 문화창조융합센터는 다양한 장르에서 창작자로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해당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허브 라운지다. 무명의 창작자들과 이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게 센터의 역할이다.

이날은 다섯 팀의 인디 밴드에게 멘토 특강을 해주기 위해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이자 그룹 사랑과평화의 멤버였던 송홍섭 호원대 교수, 그룹 넥스트와 노바소닉의 기타리스트 출신인 김세황 김포대 교수가 문화창조융합센터를 찾았다.

송홍섭은 특강에서 비이커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는 물의 표면을 비유하며 “바람직한 음악가의 상태를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눈만 뜨면 자신을 들여다보고 (외부 세계나 내적인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마음 상태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김세황은 노력과 개성을 강조했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자라며 동양인이라는 차별을 이겨내기 위해 지미 헨드릭스나 에디 밴 헤일런처럼 기타를 치기 위해 치열하게 연습했다”는 그는 무명 인디밴드들에게 “K팝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연습생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따라 하려 하지 말고 자신만의 음악을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두 연주자의 강의는 30분 안팎으로 한정한 시간 때문인지 다소 원론적이고 추상적이었다. 대부분 록밴드인 이들이 현재의 인디음악 시장에서 어떻게 대중과 만나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도 부족했다. 대신 이들은 라이브 연주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나 음악의 타깃을 정하는 등 보다 눈앞에 있는 사안들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첫 번째로 라이브를 선보인 팀은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를 연주한 혼성 5인조 미미미 밴드. 여성 보컬이 고음 부분에서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하자 송홍섭과 김세황의 지적이 이어졌다. “후렴부가 안 들립니다. 후렴을 들으면 사이다를 마시듯 시원한 느낌이 들어야 해요. 듣는 사람이 미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아쉽네요.” 두 사람의 요청에 따라 미미미 밴드가 다시 1절을 불렀지만 여전히 고음 부분이 들리지 않았다. 송홍섭이 에둘러 말했다. “라이브를 할 땐 가능하면 다른 멤버 1, 2 명이 코러스를 해주면 좋겠어요.”

김세황은 대중에게 어필하려면 음악만큼이나 외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건반 연주자는 윗몸 일으키기라도 해서 뱃살 좀 빼보세요” “아이돌 그룹 만드는 걸 옆에서 10년간 지켜봤는데 밴드 타이탄은 뜰 거 같아. 코만 좀 세우면.” 등의 조언을 했다.

그는 또 음악의 상품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누구에게 어떤 음악을 팔 것인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블루스 록에 기반한 팝을 연주하는 밴드 블루 파프리카가 블루스를 연주하자 김세황은 “타깃층이 누구냐”고 물었다. “타깃층은 생각한 적이 없는데요.” 밴드의 답에 김세황이 고개를 돌려 송홍섭에게 물었다. “한국에 블루스 시장이 있나요?” 송홍섭의 대답. “없죠.” 블루 파프리카는 특강이 끝난 뒤에야 “우리는 원래 정통 블루스가 아니라 팝에 블루스를 가미한 젊은 감각의 음악을 하는 팀”이라고 말했다.

수십 년간 프로로서 음악을 해온 두 멘토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인디밴드들은 신선한 자극을 받은 듯했다. “앞으로 나가야 할 길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게 됐어요. 자기만의 음악을 하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고요. 젊은 감성을 전할 수 있는 우리만의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타이탄) “선배 연주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잠깐이나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음악가로서 날이 서 있어야 한다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블루 파프리카) “궁금했던 게 해결이 된 느낌입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독창성을 갖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됐고요.”(강석호 밴드)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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