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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선 車에 치여 숨져도 형사고발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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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선 車에 치여 숨져도 형사고발 못하나

입력
2015.07.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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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들어와 누워있다 숨진 20대 부주의로 인한 교통사고로 처리되자

유족 "출입문 없는 업체 과실" 주장… 경찰서도 적용할 법 조항 없어 난감

20대 남성 취객이 도심 한복판에 있는 택배 물류센터에서 대형화물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물류업체 측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 규정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 유족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30분쯤 서울 용산구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물류센터 상하차 작업장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구모(29)씨가 후진 중이던 11톤 화물차 뒷바퀴에 깔려 사망했다. 조사 결과 구씨는 사고 당일 술을 마시고 길을 걸어가다 물류센터 출입구에서 약 3m 안쪽에 위치한 작업장에 가서 드러누워 있었으며, 곧이어 들어오던 화물차 운전자가 구씨를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이 사건은 술에 취한 구씨의 부주의로 인해 벌어진 교통사고로 짤막하게 보도됐다. 하지만 유족 측은 물류업체가 외부인 출입을 제대로 관리했다면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업체 측에도 과실이 있다는 입장이다. 구씨 유족은 9일 “주택가와 불과 200여m 떨어진 곳에 대형 화물차가 출입하는 물류센터가 있는데도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출입문 하나 없었다”며 “취객은 물론이고 아이나 노인들이 물류센터로 들어가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구씨 유족은 또 “센터 내에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는 등 운전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현재 업체 측 과실여부를 살펴보고 있지만 단순 사고사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사고를 최초 접수한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물류센터 내에 진입한 외부인의 안전을 보호해 주는 규정이 있는지 살펴봤지만 적용할 법 조항이 마땅치 않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산구청 측도 “건물 주변에 인도가 있을 경우에만 출입문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어 출입문 유무로 업체의 과실을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조명 설치 규정도 마찬가지였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작업장 통로에 조도 75럭스(lux)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작업장 통로에 국한된 데다 휴대용 조명기기를 이용해도 되는 등 조명 설치를 의무화한 조항은 아니다.

경찰은 하위 규정인 국토교통부의 ‘물류창고 기본 안전관리 매뉴얼’도 들여다 봤다. 출입문ㆍ조명 설치 등이 명문화돼 있었지만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했다. 심지어 도로교통법을 뒤져봐도 ‘대형 화물차 후진 유도’와 관련한 내용이 없어 관리자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유족들은 “대형화물차가 주택가를 돌아다니는데도 안전사고를 예방할 법령이 단 한 개도 없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해당 물류업체 관계자는 “야간 당직자를 통해 사고 당일 현장 사정을 면밀히 파악하는 중이고 경찰 조사에도 최대한 협력하겠다”며 “조사결과와 무방하게 사고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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