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8일 12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을 올해(5,580원)보다 8.1% 오른 6,030원으로 결정했다. 노동계의 시급 1만원 인상안과 동결을 요구하는 경영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시한 절충안이 이날 통과한 것이다. 최종안을 두고 노동계는 인상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고, 경영계 역시 과도한 임금 인상이 최저임금 근로자의 87.6%가 일하는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의 존립을 위협한다고 우려하고 있어 갈등의 소지는 남아있다. 그나마 노동계가 주장한 시급 월급 병기안이 관철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이번 인상액은 노동계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금액 8,100원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3월 최저임금 상승을 통한 내수활성화를 꾀하는 차원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최저 임금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해, 기대감마저 부풀린 터였으니 노동계의 불만도 무리는 아니다. 반면 “그리스 사태, 메르스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판국에 30인 미만 영세기업의 추가인건비 부담이 2조7,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경영계의 우려를 가벼이 넘길 수 없었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저 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진작은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전향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내년 최저임금은 16%, 중국 광둥성도 19% 올리기로 하는 등 큰 폭의 인상이 진행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근로자 평균임금의 32%(2013년 기준)에 불과, 50%는 돼야 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에도 크게 못 미친다. 시급을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 126만270원(월 209시간 기준)으로는 4인 가족은커녕 1인 가구의 실제 생계비도 되지 않는다. 가계소득증가, 소비회복, 내수활성화로 이어지는 경기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인상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더불어 이번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전근대적인 합의과정도 개선해야 한다. 최근 10년간 최저임금 협상 중 2008, 2009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근로자ㆍ사용자위원의 합의가 불발, 제3자인 공익위원들이 표결로 결정하는 악순환이 잇따랐다. 결과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눈치보기식 협상 관행에서 벗어나 최저임금 하한선 법제화, 공익위원 위촉방식 변경 등 제도적 개선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