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리그로 이적하는 수원 정대세, 외면 받는 K리그 안타까움 토로
"K리그, 수비 등 전투능력 뛰어나, 가족 행복이 이타적 축구로 바꿔"
관중이 더 늘어나고, 사람들의 관심도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현실은 그렇지 않아) 조금 외로웠다.”
12일 부산 아이파크와 원정 경기를 끝으로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시미즈 S펄스로 떠나는 정대세(31ㆍ수원 삼성)가 프로축구 K리그에 던진 메시지다. 그는 지난 8일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 고별전 직후 인터뷰에서 외면 받는 국내 프로축구의 현주소를 짚었다. 재일동포 3세인 그는 K리그에서 뛰기 전 J리그와 북한 축구국가대표팀, 독일 분데스리가를 두루 경험했다. 다른 리그와 K리그의 인기를 몸소 비교해 느꼈을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시즌의 3분의 1가량을 소화한 지난 5월 이번 시즌 관중동원 자료를 공개했다. 연맹 자료에 따르면 K리그 총 관중수는 전년 동기 대비 17.71% 늘어났다. 평균 관중이 7,796명에서 9,177명으로 1,381명이나 늘었다. K리그는 지난달 27일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에서는 무려 3만9,328명의 관중을 끌어 모았다.
관중수는 분명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절대 관중수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K리그의 낮은 인기는 경기장의 텅 빈 관중석은 물론 온라인 경기 중계시 동시 접속자수로도 대략적인 가늠이 가능하다. 포털 네이버 중계 접속자수 기준으로 K리그 평일 경기는 1만 명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단별로 동시 접속자수 편차도 심한 편이다. 인기 구단일 경우 순간 1만 명을 상회할 때도 있지만, 비인기 구단 경기일 경우 1,000명 안팎에 그칠 때가 있다. 매 경기 수만 명이 기본인 국내 프로야구와도 큰 차이가 난다.
반면 국내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를 지켜보는 동시 접속자수는 ‘기본’ 몇 만명선이다. 특히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기성용이 속한 스완지시티의 경기 중계 동시 접속자수는 10만 명을 넘어설 때가 있다. 한국시간 새벽 경기임을 감안하면 인기 수준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정대세는 K리그의 장점도 설명했다. 그는 “기술은 J리그가 낫다”면서도 “하지만 수비나 골키퍼 능력은 한국이 우위다. 정성룡이나 노동건(이상 수원) 같은 골키퍼들은 실수도 없다. 들어갔다고 생각되는 슛도 막아내더라. K리그의 레벨은 높다. 특히 전투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J리그 이적 배경에 대해선 “수원과 계약 기간이 3년이었다. 2년 6개월이 지났는데 계약 연장 제의가 없었다”며 “그 사이 좋은 제안이 왔다. 당연히 수원에 남고 싶었지만, 남은 축구인생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에 있는 가족에게 뛰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대세는 수원에서의 즐거웠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는 “수원에선 많이 이겼다. 슈퍼매치에서 골을 넣은 것도 기억난다. 많은 관중 앞에서 골을 넣어 상당히 기뻤다”고 언급했다. 이어 “(분데스리가) 쾰른에서 1년 동안 골을 못 넣다가 여기 와서 시즌 첫 골을 넣었을 때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정대세는 “한국에서 결혼하고 아이도 생겼다. 그런 행복이 내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축구 스타일을 놓고 봐도 이기적인 스타일을 이타적으로 바꾸게 됐다”며 한국에서의 시간을 아름답게 추억했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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