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주 사진작가 오늘부터 개인전
사진작가 손현주(50)가 10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갤러리에서 자신의 두 번째, 한국에서는 첫 번째 개인전 ‘안면도 오딧세이’를 연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거주하며 사진으로 섬을 기록하고 있는 손현주는 “이번 전시를 통해 안면도 구석 구석을 서울에 있는 갤러리에 그대로 옮겨 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현주는 30년 전 19살 때 나고 자란 안면도를 떠났다. 섬을 ‘탈출’할 때는 다시 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신문사에서 20년간 편집기자로 일하다 지쳐 퇴직해 간 곳은 다시 안면도였다. “무엇을 할 지 생각하지 않고 내려가서 반 년 정도를 살았습니다. 그제서 제가 나고 자란 안면도가 궁금해졌습니다. 해변 구석구석을 걸어서 섬 한 바퀴를 돌기 시작했습니다.”
안면도는 손현주에게 미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렸던 그에게 안면도의 자연은 훌륭한 벗이었다. 성인이 돼서는 결국 미술과 상관없는 길을 걸었지만, 다시 돌아간 안면도에서 예술에 남겼던 미련이 되살아났다. 그는 사진기를 들고 해변에 떠내려온 물건, 구름 짙은 하늘, 끝없이 펼쳐진 바다, 생명의 원천인 갯벌, 그리고 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찍었다.
사진작가로서 첫 개인전은 지난해 한국이 아니라 영국 런던에서 열었다. 런던에서 한국 미술작가들을 소개해 온 갤러리 목스페이스의 목홍균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손현주의 사진을 접하고 전시를 제안해 왔다. 2014년 6월 ‘섬은 부표다’라는 주제로 연 개인전은 반응이 좋았다. “영국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의 섬 해변을 소개하고 제 나름의 감상을 덧붙였던 것이 영국인들에게 인상적으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손현주의 사진은 안면도 하면 떠올리는 아름다운 섬 풍경 사진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는 주로 해변의 쓰레기를 포착했다. 작은 유리병부터 군부대에서 쓰였을 식판, 낚시꾼의 간이의자, 소파나 텔레비전, 심지어는 거대한 배의 흔적까지 그대로 남아 세월에 풍화돼 간다. 손현주는 “바닷가는 인간 세계의 물건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소”라며 “그 자리에 나온 모든 물건이 섬의 역사, 섬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현주는 “안면도에는 이야깃거리가 차고 넘친다”며 계속 안면도 전시를 할 것이라 예고했다. 다음 전시의 주제는 ‘갯벌’이지만, 그는 주제의 제약 없이 안면도의 모든 것을 사진으로 찍는다고 말했다. “안면도는 저를 키워준 섬이니까요. 섬을 위해 안면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요.”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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