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초등 1학년 교사가 왕따 지시 논란
학부모대책위, 담임 전출 등 대책마련 요구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왕따’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학급 학부모들이 담임 전출 등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학급 내 1일 왕따 사건 해결을 위한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아이들이 왕따 없는 교실에서 즐겁게 생활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학부모대책위에 따르면 해당 담임교사는 지난 5월부터 숙제하지 않거나 알림장을 갖고 오지 않을 경우, 친구와 다투는 경우, 문제를 늦게 풀거나 글자를 비뚤게 쓰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서 ‘1일 왕따’ 제도를 운영했다.
‘1일 왕따’가 된 학생은 하루종일 다른 학생들에게 말을 해서도 안 되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되며, 다른 학생들도 왕따가 된 아이에게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 또 학교에서의 일은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최근 학급내 한 학생이 집에 교재를 가져오지 않아 숙제를 할 수 없게 되자 학부모가 다음에 하라고 말했지만 “숙제를 하지 않으면 왕따가 된다”고 말하면서 ‘1일 왕따’제도 운영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해당 학부모는 같은 학급 부모들과 연락해 ‘1일 왕따’제도에 대해 확인했고, 지난 6일과 7일 두차례 학교를 방문해 학교측에 그동안 자녀들을 대상으로 파악한 피해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제출하고 담임교사의 사과와 교체, 타 학교 전출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와 교육당국은 9일 현재까지 해당 교사에 대한 담임직무정지 외에 별다를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어 학부모들이 직접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
학부모대책위는 “아이들에게 확인해보니 지난 5월쯤부터 학급 전체 24명 중 20명 가까이 한번 이상 왕따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1일 왕따’제도는 연약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이고 은밀한 정서ㆍ신체적 학대이자 조직적인 왕따를 은연중에 학습시키는 행위로, 왕따를 당한 학생과 당하지 않은 학생 모두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또 학부모대책위는 “교육부를 포함해 해당 교육당국 등의 미온적인 대처에 답답할 뿐”이라며 “많은 분들이 제발 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교사는 ‘1일 왕따’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실에 대해 잘못했다고 인정했지만, 훈육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을 학교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해당 학교 측은 담임교사에 대해 직무를 정지했고, 해당 학교 지도 및 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관계 교육당국은 교사의 소명서와 학부모들의 호소문 등을 검토해 13일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또 도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교육청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보내 아이들에 대한 심리치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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