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린성 정암촌서 10년째 '나눔'
충북인 정착과정 구술사도 정리
충북대의 남다른 해외봉사 활동이 눈길을 모은다.
학생 20명으로 꾸린 충북대봉사단(단장 임기현ㆍ창의융합본부 교수)은 6일부터 중국 지린성(吉林省) 투먼시(圖們市)의 조선족 마을 정암촌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봉사단은 오는 20일까지 보름 동안 정암촌에 기거하면서 담장ㆍ대문 페인트칠, 마을길 청소, 밭일 등 궂은 일을 도울 예정이다. 또 마을 소학교(초등학교)학생들에게 수학, 과학 과목을 재미있는 놀이교구로 가르칠 참이다. 봉사단은 각 가정에서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어르신들의 말동무도 되고 아이들의 가정교사 노릇도 할 생각이다.
충북대생들의 정암촌 봉사는 올해로 꼭 열 번째다. 10년 째 줄곧 이 마을을 찾는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정암촌은 일제의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1938년 충북의 80여 가구 주민이 집단 이주해 일군 마을이다. 이곳은 지금도 충북의 언어, 노래, 풍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어 ‘중국의 충북 마을’로 불린다. 주민들이 이국 땅에서의 고난과 차별 속에서 고향의 말과 풍습을 지킬 수 있었던 힘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사무치는 그리움을 고향 노래인 청주 아리랑으로 달랬다.
이런 정암촌의 존재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1990년대 임동철 충북대 명예교수(69ㆍ당시 국어국문과 교수)에 의해서다. 이후 지역에서는 충북 문화의 원류를 지키고 있는 정암촌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각계 인사들이 ‘정암회’를 구성해 교류에 나섰다.
충북대는 2006년부터 매년 여름방학 기간 학생봉사단을 정암촌에 파견해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부터는 이 봉사활동을 하계 계절학기 교과목으로 운영중이다. 현지 봉사활동에 앞서 2주 동안 정암촌의 역사ㆍ문화에 대한 이론 강의를 듣도록 편성했다.
충북대는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더 의미있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정암촌 이주 1세대들과 함께 이주 당시부터 지금까지 충북인들의 중국 사회 정착과정을 구술사로 정리할 참이다.
봉사단원 임연우(국제경영3)씨는 “같은 해외봉사 활동이더라도 기왕이면 우리 동포를 돕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이번 봉사단에 참여했다”며 “민족 정체성의 참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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